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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묻혀 버린 과거, 묻지 말라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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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계류법안 최소 135건 / 한국전쟁후 국가폭력 60건 최다 / 5·18법안 처리율 30% ‘속빈강정’ / 정치권 “과거사정리委 2기 시급”

세계일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전북 전주를 방문한 3일 오후 한 시민이 전주역 광장에서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정치권 공방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과거사’다. 지난달에는 제주4·3특별법을 둘러싸고 공방이 일었고 최근엔 5·18민주화운동을 놓고 여야 대립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5·18유족,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도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기로 해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은 “광주를 찾기 전에 ‘5·18 역사훼손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하라”며 ‘5·18망언’ 의원 징계를 요구한다.

여야 정치권은 이렇게 과거사를 매개로 공방을 벌이면서도 정작 관련 입법 활동에선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실과 함께 ‘20대 국회 주요 과거사 계류법안’을 조사한 결과 최소 135건 이상의 과거사 관련 법안이 표류 중이었다.

유형별로는 △한국전쟁 이후 국가폭력 문제(60건)가 가장 많았고 △대일 과거사 관련 현안(48건) △한국전쟁 전후 국가폭력 문제(27건) 관련 법안이 뒤를 이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관련 법안은 34건으로 진보 진영에서 발의가 쏟아진 반면 처리된 법안은 11건에 불과해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와 함께 문재인정부의 ‘100대 과제’에 포함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2기 출범을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아직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른바 ‘형제복지원 사건’, ‘여수·순천 10·19사건’ 등 굵직한 현안을 다룰 컨트롤타워를 세우기 위해서다. 2007년 발족된 진화위는 2010년까지 과거사 23건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을 하다가 해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지난 14일 소위를 열어 진화위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을 심사키로 했지만 한국당 의원 등이 집단 불참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부터 세 차례나 법안소위에 상정되고도 답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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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과거사 관련 입법이 활기를 띠기 위해선 한국당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회에서 미래에 대한 청사진보다 ‘과거’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판이다. 보수결집 효과를 노리더라도 과거사 청산을 자꾸 지연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안병수·이창훈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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