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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악수가 된 이메일… 완강한 검찰에 당혹스러운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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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으로 수정·보완" 검찰 달래기 나섰던 법무부 / 기자간담회 연 문 총장 "이메일 내용대로라면 검찰 입 닫아야"

세계일보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검찰 입장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달래기에 나섰던 법무부가 문무일 검찰총장의 기자간담회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문무일 검찰총장이 완강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박 장관의 뒤늦은 이메일이 오히려 악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외부에서 문 총장의 간담회를 확인한 뒤 향후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검찰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문 총장은 “정부안이 나온 뒤 검찰의 의견을 냈고, 국회 논의가 시작되면 검찰도 참여하기로 했다”면서도 “논의가 몇 번 열렸지만 중단됐고 그런 상황에서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이 ‘패싱’되는 부분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 왔다. 지난해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 합의안 논의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경과나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밝혔고, 수사권 조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법무부는 문 총장의 메시지에 대해 ‘겸손’과 ‘진지’라는 단어를 섞어 비판했다. 문 총장이 출장에서 조기 귀국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 법무부와 정면으로 충돌할 분위기가 감지됐다. 결국 법무부가 꼬리를 내렸고 박 장관은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찰 달래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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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열린 제6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박 장관은 서신을 통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상정된 법안은 결론이 확정된 아니 아니라 국회 논의의 출발점”이라며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겸을 수렴해 위 법안은 합리적으로 수정·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보완책으로는 Δ검찰 직접수사 범위 확대 Δ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 강화 Δ경찰의 1차 수사종결 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 검토 Δ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 관련 의견수렴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 대화할 테니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박 장관이 “개인적 경험이나 특정 사건을 일반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외국사례를 예로 들며 주장하지 말라”고 지적한 부분을 문제 삼는 분위기다. 문 총장 역시 “이메일에서 3가지를 말씀하신 방법으로는 검찰이 입을 싹 닫아야 한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말하면 안 되고, 해외 사례도 (얘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면 어떤 말을 해야 하느냐”며 “(차라리 이메일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라고 그냥 한줄 넣으면 될 텐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검찰 입장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안이 나온 뒤로 검찰도 참여해 논의하기로 했다가 중단된 상태”라며 “검찰이 할 수 있는 건 국회에 가서 설명하고 호소하는 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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