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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CJ 3세 편법승계 논란 '주식가치 4년새 4배로'...CJ측 "IT사업 키우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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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경영권 승계 핵심 '올리브네트웍스' 기업분할
오너 3세 520억에 증여... CJ 주식 교환 후 가치 2000억대로
CJ 주주 29일까지 반대의사 통보 가능...CJ측 "편법승계 아니다"

CJ그룹이 3세 경영권 승계에 시동을 걸었다. 이재현 회장의 자녀들이 지주사인 주식회사 CJ 주식을 처음으로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를 키우고, 이 회장 자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CJ그룹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흡수해 그룹 지배력과 지분가치를 키우는 등 편법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비즈

(왼쪽부터) 이재현 회장, 이경후 CJ ENM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CJ(001040)는 지난 4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 회장 자녀들이 주식을 보유한 유일한 계열사다. 때문에 이 회사의 인적분할은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CJ가 55%, 이재현 회장 일가가 45%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오너 일가의 높은 지분율과 내부거래 문제로 이 회사를 주목해왔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인적분할 결정으로 IT부문과 올리브영부문으로 분리된다. IT부문은 CJ의 자회사로 흡수된다. 이 과정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는 주식교환을 통해 CJ 주식을 받는다. 이번 주식 교환은 3세의 지분승계를 위한 첫 단계라는 점에서 오너 일가에 큰 의미가 있다.

◇ CJ그룹 일감받아 성장한 CJ올리브네트웍스...이재현 회장, 보유지분 자녀에게 증여

주식교환이 이뤄지면 이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부장과 딸 이경후 CJENM 상무는 그룹 지주회사인 CJ의 주식을 각각 2.8%, 1.2% 보유하게 된다. 주식가치는 각각
843억원, 약 363억원(16일 종가기준)이다. 여기에 비상장사 올리브영 주식까지 더하면 주식가치는 1.5배 이상 커진다. 오너 3세가 보유한 주식가치의 합은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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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가치를 세법상 기준에 맞춰 세무사·공인회계사가 산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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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교환은 소규모여서 CJ 주주총회 등의 절차는 없다. 그러나 CJ 주주는 15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주식교환에 대한 반대의사를 통보할 수 있다. 반대하는 비율이 전체 주식의 20%를 넘을 경우 주식 교환 계약이 해제된다.

주식교환을 통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이경후 CJENM 상무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2000억원 이상 가치가 있는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이들이 처음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을 취득할 때 가격은 얼마였을까. 이 회장은 2014~2015년 3세에 지분 일체를 증여했다. 현행 세법에 따라 세무사들과 함께 당시 증여한 주당 가치를 추정해 봤다. 비상장사는 회계장부상 순자산 가치와 순손익 가치를 4 대 6의 비율로 더해 주당 가치를 산출한다.

◇ 520억원에 증여받은 주식, 4년만에 2000억원대로 가치 상승

2014년 이 회장은 아들 선호씨에게 CJ올리브네트웍스(당시 CJ시스템즈) 11.3%(14만9000주)를 증여했다. 증여 당시 주당 가치를 추정해 보면 약 17만원이다. 약 253억원어치를 증여받은 셈이다.

2015년 이 회장은 장녀 경후씨에게 CJ올리브네트웍스 4.54%(5만9867주)를 증여하고 선호씨에도 동일한 4.54%(5만9867주)를 추가 증여했다. 세법상 증여가치를 추정하면 주당 22만5700원이다. 두 남매에 각각 135억원씩을 들여 지분을 증여한 셈이다.

종합하면 선호씨 388억원, 경후씨 135억원 등 총 523억원 가량의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을 증여받아 2,3대 주주가 됐다. 계열사 지분을 상당히 낮은 가격에 증여받아 4년만에 4배 이상의 주식 가치를 보유하게 된 셈이다.

앞서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00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CJ드림소프트로 출발해 그룹의 IT시스템 개발과 유지보수 용역을 맡았다. 예를 들어 CGV의 경우 예매사이트 운영을 맡아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과 유지보수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아왔다. 이런 방식으로 IT부문 매출 중 80%를 그룹 계열사에서 벌어들였다.

CJ드림소프트(CJ시스템즈)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2014년 말 화장품 판매회사 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해 회사 이름을 CJ올리브네트웍스로 바꿨다. 이를 통해 CJ그룹 계열사에서 받는 일감 비중을 80%에서 20%로 낮출 수 있었다.

한 회계사는 "CJ드림소프트(CJ시스템즈)가 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하기 전에 이재현 회장이 아들에게 주식을 증여해 증여세를 최소화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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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 전후 지분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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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CJ그룹은 자녀들이 보유한 올리브영을 활용해 다양한 승계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브영 상장 시나리오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업공개에 성공할 경우 선호·경후 남매는 지분을 매각해 CJ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J그룹 오너 일가가 CJ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은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지분율을 대폭 높여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주식 소유구조를 왜곡시키는 사실상의 시장교란 행위로 공정위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J그룹 관계자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합병비율을 객관적으로 산정했다"며 "이번 기업분할과 주식교환은 IT 사업부문을 신성장 사업군으로 키우기 위한 것이지 편법 승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유윤정 생활경제부장(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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