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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임세원 교수 살해범, 1심 징역 25년.."배려하다 범행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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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박모씨 모친, 홀로 법정서 아들 주문 듣다 눈물
'결박 상태' 피고인, 진술권 받았으나 초점없는 눈빛으로 침묵


파이낸셜뉴스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발인식이 엄수된 1월 4일 오전 임 교수의 영정이 서울 종로구 서울직십자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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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치의였던 고(故) 임세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범인이 1심에서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17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에 치료감호를 명했다.

■"잔인하고 계획적 범행"
박씨는 지난해 12월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상담 중이던 임 교수의 가슴 부위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의 재판에 단 한 차례도 나타나지 않았고, 박씨의 모친이 대신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기도 했다. 이날 박씨는 푸른색 수의를 입고 양팔이 결박된 상태에서 선고공판에 참여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본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나타난 죄를 지었다고 인정되고 치료의 필요성이나 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진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이번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자신을 치료했던 의사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그 과정을 보면 계획적일뿐만 아니라 범행 내용도 잔인하고, 범행 후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며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정신질환을 겪고 있던 중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 적절한 양형은 무엇인지 고뇌의 과정을 거쳤다고 털어놨다.

“범행 내용을 보면 피고인을 우리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이 범행에 상응하는 처벌이 아닐까 고민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정신장애를 앓고 있고, 이는 성장과정에서 겪은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범행경위는 피고인이 앓고 있는 정신병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고 보인다”고 재판부는 부연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는 두 아이의 아빠이고, 친구 같은 남편이었다고 한다. 피고인과 같은 정신질환 환자들이나 동료들로부터 누구보다 존경받던 의사였다”며 “진료예약이나 사전 연락 없이 무작정 찾아온 피고인을 배려하는 마음에 진료를 수락했다가 이런 일을 당한 것”이라면서 피해자 측의 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울러 “유족들은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으로 일상생황을 영위하기 힘든 지경에서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며 “일반국민에게도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고, 의료인을 폭행하는 사람의 처벌을 강화하는 ‘임세원’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살인에 대해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이 없다는 취지로 수사과정에서 진술한 피고인의 태도 역시 판결에 고려됐다.

■묵묵히 눈물 훔친 피고인 모친
방청석에는 박씨의 모친이 홀로 자리를 지켰다. 묵묵히 아들의 재판을 바라본 어머니 최모씨는 재판부에 의해 박씨의 범행 과정을 전해 듣자 눈물을 흘렸다. 앞서 최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아들이 어린 시절 이혼한 전 남편이 자신에게 흉기를 들이댄 모습을 목격했고, 초등학교 시절에는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등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결심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아 최후진술을 하지 못한 박씨에게 마지막 진술권을 주려했으나 그는 침묵을 지켰다. 주문 후 그는 초점 없는 멍한 눈빛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보살피던 환자에 의해 의사가 피살된 이번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임세원법’이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및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병원 내 청원경찰 등 보안인력 배치를 의무화하고, 의료인에게 상해를 입힌 가해자는 각각 7년 이하의 징역 및 7000만원 이하의 벌금, 중상해에 대해서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벌칙을 강화한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음주 상태로 의료인을 폭행한 경우 형법의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법적근거도 마련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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