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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법원 “‘무지개 복장’으로 예배 참석한 장신대 학생 징계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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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받아들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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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들이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징계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생들에 대한 징계 처분은 정지된다.

17일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윤태식)는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신학대학원 소속 학생 4명이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학교의 징계 처분에 절차상, 내용상 하자가 존재해 학생들로서는 무효 확인을 구할 권리가 있다. 학생들로서는 수업을 듣는 등 대학원생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도 본안 판결 시까지 징계 처분의 효력 정지를 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학생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이날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5월17일)’이다.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해 5월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신대 대학원생과 학부생 8명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학교 예배)에 참석했다. 채플이 끝난 뒤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사진 촬영도 했다. 기독교를 비롯해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 문제를 반성하자는 뜻에서 준비한 퍼포먼스였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한 학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지개 언약의 백성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는 문구와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이 기독교계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자 학교는 징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학교법인이 속한 장로회 총회는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들을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 아닌 사랑과 변화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결의를 한 바 있다. 학교쪽은 신학대학원 학생 4명에게 최대 6개월의 유기정학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도 “학생들에 징계 사유를 설명하고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정당한 징계절차를 밟았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학교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징계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학교쪽이 징계 사유를 학생들에게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고 의견 진술 또한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의 퍼포먼스가 학교쪽이 징계 사유로 삼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무지개색 옷을 입은 것 자체로 징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학교의 주장과 같이 학생들의 행위가 동성애 옹호로 비춰질 염려가 있다는 점만으로 동성애에 관한 학교의 학사행정 또는 교육상 지도를 따르지 않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예배를 방해하지도 않았고 단순히 상의를 무지개색으로 맞춰입은 것이 불법 행사에 해당한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학생들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환영했다. 민변 소수자인권위는 “학교쪽의 혐오에 기초한 부당한 징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의 호소에 응답한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 결정으로 학생들의 퍼포먼스는 ‘모든 사람은 존엄하고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표현한 행위였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본안 소송에서 학생들의 징계의 무효가 확인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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