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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최대 약점은 현장경험…전문경영인과 시너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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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젊은총수 시대 ◆

"잘난 성장 환경이 무능한 리더를 만든다(Growing Up Wealthy Makes Leaders More Narcissistic)."

2016년 5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이런 제목의 연구 보고서가 올라왔다. 숀 마틴 보스턴칼리지 경영학 교수 등 공동연구자 3명이 사례를 분석해 작성한 연구 보고서로, 부유한 환경에서 관리된 후대 경영자가 세상 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아도취형 리더'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해외 연구를 국내 상황에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재계에서도 젊은 총수들의 변화하는 리더십에 아직은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선대보다 과감한 투자 본능, 협업·혁신 마인드,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고 방식 등이 긍정적으로 꼽히는 반면 "현장 경험이 아닌 이론을 기반으로 한 기업가 정신은 한계가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등 주요 그룹 3~4세 총수는 대체로 국내 대학을 졸업한 후 해외 대학원에서 경영·경제학 과정을 밟았다.

이어 주력사와 계열사에서 잠깐 근무한 뒤 바로 고위 임원에 오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현장과 호흡하며 경영을 익힌 선대 총수에 비해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병철·정주영 등 한국 경제사에 한 획을 그은 기업인은 대부분 현장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도전으로 생존 본능, 결단력, 상황 대처 능력을 키웠다.

반면 최근 젊은 총수들은 현장 근무 경험이 짧고 보고서 보고에 익숙하다 보니 자칫 능동적 현장 관리에서 허점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노사 관계 등을 관리하는 데 약점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 임원은 "강성 노조 문화가 구축된 기업은 임금·단체협상 갈등이 촉발되면 노사 관계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총수 역량이 매우 중요해진다"며 "3~4세 총수의 젊은 감각이 조직 관리에 유리한 점이 있지만 노조와 줄다리기식 조정 문제에서는 경험과 노하우 부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젊은 총수의 부족한 경험과 역량을 완충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어떻게 안착시키느냐도 해당 그룹의 향후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다.

한 10대 그룹 고위 임원은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인 총수가 모든 현안을 100% 파악하고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역으로 자신의 권한을 과감히 전문경영인과 해당 사업부서에 넘겨주는 리더십이 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을 향해 점증하는 사회적 기대와 요구 수준에 젊은 총수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기업 경영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뿐만 아니라 인권 영역까지 핵심 가치로 삼아 이행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이런 가치를 존중하고 심지어 내부 직원도 단순히 월급을 주는 대상이 아니라 '직원 고객'으로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젊은 총수들에게 새롭게 부과된 과제"라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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