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추락하는 원화값, 1200원 눈앞…시장은 "더 떨어진다"에 베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달러당 원화값이 4주째 급락하며 달러당 1200원이 눈앞에 다가왔다. 달러당 1200원대 환율은 2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1200원 돌파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지금보다 원화값이 더 떨어진다(환율이 더 오른다)는 심리가 팽배해 과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보다 4.2원 하락한 1195.7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원화값은 장중 한때 1195.4원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등락을 거듭했는데, 장 막바지에 다시 밀려 하락 폭을 키웠다. 원화값은 2017년 1월 11일(1196.4원)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최근 원화값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우려와 위안화 약세에 연동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15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겨냥해 '외국 통신장비 사용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중국이 이에 반발하면서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국내 시장에서 이 같은 변수를 상쇄할 만한 달러 매도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원화 약세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달러 대비 원화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국내 수출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팔아 환차익을 보면서 원화값 균형도 맞춰지는데, 최근에는 이 물량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얘기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 밑으로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보니 '급하게 팔 필요가 없다'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 그는 "물량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수출량 자체가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역외 시장에서는 중국 위안화값이 장중 한때 6.9451위안까지 폭락하며 심리적 경계선인 7위안대에 근접했다. 지난해 11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위안화값 수준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달러 대비 위안화값을 전날보다 0.25% 절하한 6.8859위안으로 고시했다. 작년 12월 27일 이후 최저다. 고시 환율 기준으로 위안화값은 7일 연속 내렸다. 위안화값이 떨어지면 중국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무역전쟁 상대방인 미국은 이를 경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를 용인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위안화값 7위안 선이 무너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5월이 마지막이다.

이날 중국 증시는 미국과 무역갈등 악화로 약세장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증시는 전날보다 2.48% 하락한 2882.30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선전종합지수는 3.26%나 폭락한 1533.32로 장을 마감했다.

[김덕식 기자 /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