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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카톡 보고에 즉답`…젊은 총수시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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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젊은총수 시대 ◆

매일경제

"보고하고 나면 수시간 내에 피드백이 옵니다. 하루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죠."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 A계열사 임원은 보고 때마다 '그룹 호흡이 빨라졌다'는 느낌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올해 그룹 경영을 본격적으로 챙기면서 '속전속결'이라는 단어가 실감난다고 전했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가득했던 대면보고 분위기도 달라졌다. 장황한 보고와 애매한 질문은 사라지고 핵심만 간결하게 주고받는다. 보고체계도 단순해졌다. 급할 때는 카카오톡과 메신저로 보고한다. 임원들은 "이행 목표가 선명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업무 속도가 5세대(5G) 이동통신급으로 빨라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삼성과 SK에 이어 현대차 LG GS 한진 두산 효성 등 50대 전후 3·4세가 그룹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재계 경영 스타일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업 1·2세대의 권위주의와 일사불란함 대신 '속도·소통·실리'가 키워드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일찍부터 글로벌화를 경험한 젊은 총수들이 경영 키워드를 'ABCD'로 바꿔놓고 있다고 평가한다.

가장 큰 변화는 민첩함(Agile)이다. 한동안 정체된 듯했던 재계 의사결정 속도는 물론 사업 구조조정과 조직 재편이 과감해졌다. 단적인 예로 보수적인 문화의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 1년 만에 물류사업 등에서 과감한 쇄신을 단행해 긴장감이 높아졌다.

사회 친화적인(Born-social) 모습도 두드러졌다. 젊은 총수의 맏형 격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기업을 통해 공동체 가치를 강조하고, 행복 토크를 이끌면서 재계 분위기를 확 바꿔놨다는 평가다. 이종·경쟁기업과도 과감한 협업(Collaborative)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원한 적수'인 애플과 벌인 소모적 특허분쟁을 합의로 마무리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 그런 예다. 이후 아이튠스와 에어플레이 기능을 전 세계에 출시하는 스마트TV에 기본으로 제공하기로 하는 등 새로운 협업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경영 판단에 직감 대신 데이터(Data)를 중시하는 것도 확 달라진 모습이다.

창의적 발상을 중시하며 기존 낡은 업무 방식과 관행을 깨뜨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보수적 기업문화와 강성 노조로 유명한 현대차는 근무복 자율화를 선언했다. 검은 정장에 흰 와이셔츠와 블라우스에서 청바지·슬리퍼 차림으로 변신한 직원들은 한결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업무에 임한다. 최태원 회장은 '공유 오피스' 방식으로 사무공간에 대해 고정성과 칸막이를 해체했다. 실리콘밸리 혁신을 이끈 '개라지(차고) 문화'를 지향하며 직원들의 자발·창의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이재철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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