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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개성방북승인]'3년의 기다림'…외풍에 시달린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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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7일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전격 승인

2016년 2월 중단 이후 3년 3개월간 9차례 방북 요청

협회 "남북관계 고착 국면 타개할 것" 기대

이데일리

지난해 9월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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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개성공단을 향한 9번의 두드림. 드디어 열린 문.”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을 전격 승인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 된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박근혜 정부는 2월 10일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당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공단 재가동을 위한 활동을 3년간 이어갔다.

개성공단 비대위는 17일 정부가 방북을 승인할 때까지 시설점검을 명목으로 총 9차례 방북을 요청했다. 그러나 전 정부는 지속적으로 방북을 불허했고 문재인 정부 역시 대내외적 여건을 명목으로 번번이 승인을 유보했다.

◇ 北 핵·미사일 도발로 문 닫힌 개성공단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싹을 틔웠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체결된 ‘6·15공동선언’ 이후 급물살을 탔다. 이어 같은 해 8월 22일 현대아산과 북한 측이 개성공단 개발합의서를 체결하고 착공에 돌입했다.

개성공단은 2004년 완공과 함께 18개사가 입주하면서 출범했다. 이후 입주기업은 폐쇄 직전을 기준으로 123개사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남북 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2004년 가동 이후 폐쇄 전까지 통행금지만 3차례 이뤄졌다. 처음 통행금지가 이뤄진 2009년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를 이유로 들었다. 이듬해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에는 공단으로의 출경이 차단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134일 동안 공단이 문을 닫는 일도 있었다. 부침을 거듭하던 개성공단은 결국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완전히 폐쇄됐다.

당시 정부는 폐쇄 이유에 대해 안보우선론을 내세웠다. 공단 내 북한 근로자 임금 중 약 70%가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입주기업 관계자는 “공단에 입주를 독려할 때는 ‘한반도 평화 전도사’라더니 나중에는 북한 핵개발을 도운 역적으로 내몰았다”며 “임금이 핵개발에 사용됐다는 근거는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비대위는 공단 폐쇄 후 입주기업들이 입은 피해 규모를 1조 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5000여개 협력업체와 함께 유통업체, 판매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피해 규모는 5∼6조원 규모로 늘어난다.

◇ 이전 8차례 방북신청 모두 ‘불허’나 ‘승인유보’…개성공단 재개될까

지난해는 어느 때보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기대치가 높아진 한해였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면서 남북관계가 급격히 개선된 것. 이 흐름은 경제 분야로 이어졌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함께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논의도 다시 시작됐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0월 개성공단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 계획을 북한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은 11월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방북 일정과 관련해 북한 측과 일정을 다시 잡는 부분이 있다. 국제사회와 전반적인 상황을 공유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현장 점검을 잠정 보류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비대위는 전 정부에서 3차례, 현 정부에서 6차례 등 총 9차례 방북을 신청했다. 승인 전 가장 최근 신청이었던 3월 6일에도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서를 통일부에 제출했지만 통일부는 유보를 통보했다.

방북을 승인 받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지만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을 재개할 의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북한과의 통로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대내외적 변화가 이번 방북 승인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북한 역시 개성공단 재개에 긍정적인만큼 지금 남북관계 고착국면을 타개할 레버리지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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