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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폐쇄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개성공단 방북 승인…北 김정은 응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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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4·27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전망대에서 북측 초소와 그 너머로 개성공단이 보이고 있다. 2019.4.26/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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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7일 개성공단 폐쇄 이후 3년 3개월 만에 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을 처음으로 승인한 것은 꽉 막힌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뚫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 다음달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돼 진전된 상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개성공단을 화두로 남북 간 대화 제의에 나선 셈이다.

● 김연철 취임, 한 달 만에 ‘개성 방문 승인’

정부는 이날 기업인 방북 승인하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다”면서 “자산 점검 방북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단 기업인들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공단을 폐쇄한 이후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냈지만 8번 거절당했고, 이번에 9번 만에 승인을 받았다. 남북 관계가 경색됐던 박 정부 때는 3번 ‘불허’ 결정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5번 ‘승인유보’ 결정이 내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박근혜 정부 때는 정부가 나서서 방문을 막는 불허 결정이고, 이번 정부 들어서는 원칙적으로 방문을 허용하자는 입장이자만 비핵화 협상 국면을 고려해 승인을 유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게다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취임 한 달 여 만에 승인 결정이 이뤄진 셈이 됐다. 김 장관은 “북미가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미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장기 버티기 자세에 들어가며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한편 식량 지원에는 미동도 않자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더 강한 ‘미끼’가 필요했다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결국 미국도 북한을 유인할 만한 다른 카드가 필요했던 것 같다. 또 기업인들의 방북은 제재 대상이 아닌데도 8번이 승인이 거절된 것도 미국에게는 부담으로 작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개” 강조했던 김정은, 호응하나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북한과의 협의를 마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근무했지만 남북 소장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기업인 방북과 관련한 별도의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방북 승인 이후 북한을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게 정부가 지원을 할 것이다. 북측과 접촉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방북을 승인하면서도 ‘로키(low-key)’ 자세를 취했다. 4월 30일 방북 신청했던 193명의 기업인만 승인하고,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기업인들이 방북해 육안으로 시설 점검에 나서는 것은 제재 위반에 해당되지 않지만 점검을 위한 기름이나 기계류 등 제재 위반에 해당된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일단 “육안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신년사를 통해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 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기업인 방문을 즉각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상태지만 기업인 방문은 제재 해제 조치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방북에 무응답으로 나올 경우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꺼낼 추가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정부의 고민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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