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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트럼프 방한 앞두고 개성공단 통해 남북 대화 물꼬 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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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 배경

3년 방치된 설비 점검 필요하고

북미대화 실마리 찾는 노력에

미국도 반대할 명분 없어

장비 반입 안해 제재와도 무관

남북 사무소 통해 협의 거쳐야

입주 기업들 “늦었지만 환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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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년이 넘도록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공단 방문을 불허하다 17일 전격 승인한 데는 더는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 요구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6월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장 시설, 설비 등은 기업인이 자금을 들여 운영, 관리하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 2월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단을 폐쇄한 뒤 3년3개월 동안 방치된 상태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방북을 신청한 기업인 193명이 방북하면 눈으로만 공장 설비 등을 점검하게 된다. 시설 점검을 위한 장비 등을 반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제재 면제 조처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관계자는 자산 점검을 위한 기업인 방북이 “대북제재와 무관하다”며 “그동안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봤지만 우리 정부가 결단하기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 시점에서 방북 승인을 결정한 데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개성공단 기업인의 공단 점검이 이뤄지려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을 통한 남북 당국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 애초 개성 연락사무소의 역할은 “당국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함이지만 매주 금요일마다 열기로 한 남북 소장회의는 12주째 열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상민 대변인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포함해 다각적으로 접촉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뒤 북-미는 물론 남북 간 대화가 교착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실마리를 마련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반대할 명분이 없는 점도 작용한 걸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방북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협의하며 시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지속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 신청을 허가할 계획이었지만 막판에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런 사례에 비춰보면 “북한에 숨통을 틔워줄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긴 셈이다. 이상민 대변인은 “미국과 기업인의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 추진의 취지, 목적, 성격 등 필요한 내용을 공유했다. 미국도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이날 정부의 방북 승인에 대해 “너무 늦었지만 크게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실질적으로 지난 3년여 동안 설비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어떤 것들이 교체돼야 하는지 손상 입은 부분을 파악하러 간다”며 “큰 공장의 경우 혼자서 다 살펴보기 어렵기 때문에 공장 규모별로 인원수에 차등을 두길 바라고, 한 업체당 (점검 기간을) 이틀 이상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공단이 재개될지 모르지만 시설 점검이 우선 필요하다. 일회성 방문이 아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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