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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김미선 육아일기]부모의 비 일관적 양육태도... 아이를 불안애착으로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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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다인이비인후과 심리상담실장]한 어머니가 중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된 딸을 데리고 상담실을 방문했다. 아침마다 늦잠을 자고 학교가기 싫다 해서 아이만 혼냈는데 우연한 기회에 집 앞에서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아이를 보게 된 것이다. 처음엔 학교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나 싶어 반가웠는데 친구 3명이 아이를 협박하
이데일리

고 있었다. 그때서야 어머니는 아이가 그동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왜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는 어머니의 추궁에 아이는 ‘엄마가 알면 속상해할까 봐 말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학교는 안 갈 수도 없고… 일이 더 커질 것 같아서 말 못하고 전전긍긍했을 아이가 너무 안쓰럽지만, 혹시 왕따를 당하는 딸에게도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어머니는 상담실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는 온순해보였다. 학교생활을 물어보니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며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한 친구가 조금만 마음을 받아주면 그 친구한테 올인 했다. 그 친구만 내내 쫒아 다니다보니 친구가 부담스러워했다. 또한 그 친구의 친한 애들도 아이를 경계하며 왕따로 이어졌다.

아이는 친구들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며 매달리는 타입이었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바로 답이 오지 않으면 늘 초조하고 불안했다. 정성을 다하는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 친구들에게 화가 났다. 친구들의 무관심과 소외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싫어진 것인지 불안한 생각이 들면 점점 우울해지면서 학교 가기도 싫어졌다.

아이는 전형적인 불안애착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나름 딸을 잘 키웠다고 자부하고 있던 어머니는 그러한 진단에 조금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어머니가 딸아이를 키우면서 정서적으로 불안했거나, 혹은 잠시라도 떨어져 있었던 적이 있었냐는 상담자의 질문에 불현듯 한 사건이 떠올랐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동생이 폐렴을 앓게 되면서 엄마는 병원에 입원한 동생을 돌보니라 아이를 잠시 할머니 댁에 보낸 적이 있었다. 두 달쯤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는 조금 변해있었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엄마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 심부름도 기꺼이 도맡아 했다.

그 때 겨우 6살 이었던 어린 아이에게 엄마에게 버려지는 일은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두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어떻게든 엄마 말을 잘 들어 할머니 집으로 쫓겨나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 때 경험한 버려짐에 대한 불안이 아이를 불안애착으로 만들었다.

그럼 불안애착이란 무엇인가. 아이를 불안형으로 만드는 양육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엄마의 비일관적인 태도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변덕스러운 엄마로 인해 불안해진 아이는 엄마의 눈치를 보며 엄마에게 더욱 집착하는 불안형의 아이로 자라게 된다.

위의 사례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엄마와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불안형이 될 수 있다. 그 때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는 갑자기 자신이 버려졌다고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엄마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어 눈치를 보는 불안형 아이는 애착대상인 엄마와 잠시라도 떨어지게 되면 불안을 느껴 보채고 매달리는 애착행동을 과도하게 활성화한다. 엄마가 자신의 신호에 언제 반응해 줄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정서를 과장되게 표현함으로 관심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엄마의 기분에 따라 자신의 기분이 결정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배워왔기 때문에 자라면서도 주변 사람들 표정에 민감하고 그들의 지나친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불안은 훗날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발현된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어도 언제 나에게서 돌아설지 몰라 가까이 다가 가려다가도 한 발짝 물러서며 망설인다. 그러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항상 붙어 다니며 모든 것을 같이 하기를 원한다. ‘친구가 나를 버리고 떠나 버리는 것’에 대한 불안이 이들로 하여금 친구에게 집착하게 만들고 그로 인하여 관계를 불편하게 이끈다. 친구가 질려 나가떨어지게 만들어 결국은 자신이 염려하던 ‘버림받음’의 상황을 현실로 만든다.

상담자는 어머니에게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아이의 불안한 감정을 충분히 받아주라고 조언했다. 애착대상으로부터 버려질 것이라는 불안이 잦아들면 불안정 애착이 안정화되기 때문이다. 아이는 상담을 통해 엄마와의 애착이 안정되면서 친구들과의 사이도 좋아졌다. 불안감이 줄어드니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생활에 적응되면서 전처럼 학교 가기 싫다며 아침마다 엄마와 다투는 일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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