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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中지방정부, 대기오염 수치낮추려 관측소 물 뿌리고 데이터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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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中중앙정부 환경개선 노력, 현장 가짜 데이터에 발목 잡혀"

연합뉴스

중국 시안시 덮은 미세먼지
[촬영 차대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닝샤(寧夏)자치구에 있는 도시 스쭈이산(石嘴山)의 관리들은 2017년 직원들에게 현지 환경보호국 건물에 물대포로 물을 뿌리라고 지시했다.

이는 건물에 설치된 관측소 장비에 측정되는 대기오염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연중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 중 하나인 산시(山西)성에 있는 린펀(臨汾)시 공무원들은 더욱 과감하게 대기오염 데이터를 직접 위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식으로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53차례에 걸쳐 대기오염 측정 데이터가 심각하게 조작됐다.

린펀시 고위 공직자들은 국가의 관측소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를 막기 위해 관리자들에게 뒷돈을 주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대기 질을 포함한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방정부와 공장 등 현장에서 올라오는 '가짜 데이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SCMP는 "느슨함으로 악명 높은 중국의 지방 관리들과 오염 기업들이 환경 의무를 해태하는 '창의적 수단'을 찾아 중앙정부의 환경 감사보다 한 수 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데이터 왜곡 문제는 중국 생태환경부가 최근 펴낸 보고서를 통해 일부 그 실체가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는 위에서 언급한 스쭈이산, 린펀시 공무원들의 '사보타주' 행위가 포함됐다.

중국 중앙정부가 데이터 조작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는데도 지방 공직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허위 보고'를 하는 것은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에서는 대기 질 등 환경개선 성과를 지방정부 책임자들의 승진에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특히 환경 오염이 심각한 지역을 관리하는 공직자들은 강력한 '허위 보고'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환경 오염 목표를 관리하지 못하면 승진을 못 하는 수준이 아니라 경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심지어 좌천될 수도 있다.

또 지방 공직자들이 환경개선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산업 현장에서 올라오는 '허위 보고'를 모두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지난 2017년 허베이(河北)성 환경 당국은 관내의 한 자기 공장이 이산화황 배출 정보를 조작한 사실을 발견했다.

중국의 각 공장 역시 환경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큰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당국에 거짓 측정 자료를 보고할 유인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작된 데이터는 최종적으로 중국 중앙정부의 판단 근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차오린핑 생태환경부 국장은 "일부 지역에서 감사가 시작되면 (현지 공직자들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자료를 위조한다"며 "가짜 데이터는 자원 분배를 결정해야 하는 우리 부서의 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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