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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北, 북미교착·식량난에 “적대세력 법적 통제 강화·자력갱생"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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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AP뉴시스


지난 2월 북·미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후 협상 교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식량난에 맞닥뜨린 북한 정부가 ‘법적 통제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촉구했다. 최근 자력 갱생 등을 강조하며 체제 내부 결속을 주문해온 북한 정부가 민생고 악화에 따른 체제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북한은 언론을 통해 최근 확정된 우리 정부의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에 대한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냈다.

1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국가사회생활에서 법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요구’라는 제목의 논설을 내고 “적대분자들을 엄하게 다스리고 온갖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현상들에 대한 법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인민 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절박한 요구”라며 “최근 적대세력들은 경제 제재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한편 우리 내부에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독소를 퍼뜨리고,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을 조장시키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제국주의자들의 악랄한 책동과 불순 적대분자들의 준동을 제때 철저히 제압 분쇄하며 인민의 생명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에 대해 조금도 융화묵과하지 말고 법적으로 엄격히 처리하는 것은 법기관들의 의무”라며 “법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대한 당의 의도를 철저히 구현해 나감으로써 우리나라를 법이 인민을 지키고, 인민이 법을 지키는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법치국가로 만드는 데 적극 이바지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와 인민의 생명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를 법적으로 엄격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노동신문의 사설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노동당과 군부 핵심 간부 등의 비리 단속을 단행한다고 밝힌 것과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법적 통제 강화 메시지를 통해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와 북한 비핵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성사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조기 결렬 후 ‘대북제재 해제에 목을 매지 않겠다’며 자력 갱생을 선언해왔다.

이에 식량난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법적 처벌 강화’ 등을 통해 기강을 바로 잡겠다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 또한 “전대미문의 압박과 초강경 제재를 가해 우리 인민이 식량난을 겪게 함으로써 마음속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허물어 버리려는 것이 적들의 속심”이라며 “농사를 잘 지어 식량을 자급자족하기만 하면 적들이 아무리 책동하여도 우리식 사회주의는 끄떡없으며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마음먹은 대로 배심(뱃심) 있게 해나갈 수 있다”며 자력갱생 기조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일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달 공동 시행한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북한 식량 작황 조사에 따르면 2018~19년 곡물 생산량은 417만t이다. 이는 전년도 470t보다 50만t 넘게 감소한 수치로 최근 10년간 최저치이기도 하다.

조사 결과 약 40%(1000만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이 식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긴급 식량부족 해결을 위해서는 100만t 이상의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8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박3일간 일정으로 방한했을 때 북핵 문제, 북미 대화 재개 논의 등과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협의한 끝에 대북 지원을 공식화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7일 국제기구를 통한 의약품 등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에 대한 800만달러(약 95억6800만원) 규모의 공여 추진을 결정했다.

이 같은 국제 공조의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노동신문은 비판적 의견을 드러냈다.

노동신문은 ‘국제적 협조의 빛나는 모범을 창조하시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원조라는 것은 발전도상나라(개발도상국)들의 명줄을 틀어쥐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지배와 예속의 올가미였고, 하나를 주고 열, 백을 빼앗으려는 강도적 약탈의 수단”이라며 “토고와 모잠비크, 몰타 등은 선진국들의 원조를 받았지만 경제적 이권은 제국주의자들의 수중에 쥐여져있었고 그로 인해 새 사회 건설에서 커다란 난관과 시련을 겪었다”고 밝혀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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