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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어지는 5ㆍ18 여진…한국당 '독재자의 후예' 발언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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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러 광주시민들의 항의 속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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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고 여길 찾아오냐”

“독재자 후예 황교안은 꺼져라”

18일 오전 9시 32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빨간색 대형 버스를 타고 광주 국립 5ㆍ18민주묘지 앞에 등장하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광주 시민들이 거칠게 항의했다. 버스에서 행사장까지 거리는 200m 남짓이었지만 들어가는데 15분이나 걸렸다. 시민들이 의자와 물병을 던지며 항의했고, 일부는 스크럼을 짜고 드러누워 황 대표는 우회로를 찾아 헤맸다.

선출직 한국당 대표로선 4년 만에 5·18 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는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함께 했다.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방문했을 땐 부르지 않았던 노래다. 1일 노동절 마라톤 행사에서도 입만 뻥긋했을 뿐 따라 부르지 않았다. 다만 다른 여야 지도부와 달리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박수를 치지 않는 모습은 여러 차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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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 진보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막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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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 후 황 대표 일행은 정문이 아니라 옆길로 빠져나갔다. 행사 내내 정문 밖에서 시민단체 인사들이 “황교안은 물러가라”며 항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 “제가 기념식에 간 건 환영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반드시 참석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라며 “광주 시민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광주 시민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의 황 대표의 봉변은 일찌감치 예견된 상태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2일 “황 대표가 5ㆍ18 기념식에 오는 건 얻어맞으려고 오는 것이고, 인구가 많은 영남의 지역감정을 다시 한번 조장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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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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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 대통령이 5ㆍ18 기념사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ㆍ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한 게 한국당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며, 진상규명위원회 출범 지연의 책임을 국회 탓으로 돌리고 사실상 우리 당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며 “오늘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하여 씁쓸하다”고 말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도 19일 “문 대통령의 5·18 연설은 아무리 생각해도 반쪽짜리 대통령의 모습이지 통합의 메시지는 아니었다”며 “누가 뭐라든, 어떤 고난이 기다리든 황 대표는 온갖 역경을 딛고 2분이면 도착할 행사장에 20분이 걸려 도착했다. 황 대표야말로 국민 앞에 화합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민 대변인은 김정숙 여사의 ‘황교안 패싱’ 논란까지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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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 페이스북 캡쳐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공손하게 악수를 하셨던 김정숙 영부인이 황 대표에게는 왜 악수를 청하지 않고 뻔히 얼굴을 지나쳤을까요”라며 “남북화합 이전에 남남화합을 먼저 이루기 바랍니다. 북한 사람보다 한국 사람부터 챙겨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이어 “김정숙 영부인이 황교안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은 것이 ‘쳐다보지도, 말을 섞지도, 악수도 하지 말라’던 유시민 이사장 지령에 따른 행동이었다는 것을…(미처 깨닫지 못했다)”라고도 썼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문 대통령과 함께 입장하는 중이었고, 문 대통령의 속도에 맞춰서 걷다 보니 악수를 하지 않고 지나가게 된 것”이라며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일 뿐, 일부러 황 대표와의 악수를 건너뛴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유성운 기자, 광주=김준영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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