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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출퇴근 짜증" 용서고속도로 용서가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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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성남 서분당에서 강남 헌릉까지 출근하는데 7~9분밖에 안 걸렸어요."(2010년 성남주민)

"용인~서울고속도로 출퇴근 길이 너무 막혀 우회도로를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2019년 성남주민)

10년 전 용인~서울고속도로(이하 용서고속도로) 개통을 반갑게 맞이했던 운전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 통행량이 급격히 늘면서 여느 정체 도로와 다를 바 없이 변해버린 탓이다. 이 도로를 이용해 주로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운전자들은 "출퇴근용 고속도로 맞나" "용서가 안 된다" 등 격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흥덕지구와 서울 강남구 세곡동 헌릉로 구간 22.9㎞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용서고속도로는 2009년 7월 뚫렸다. 버스전용차선 운영으로 정체가 극심한 경부고속도로의 기능을 보완하고 용인 성남 수원지역의 신도시를 강남생활권과 가깝게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수도권 남부 교통의 혁신이란 평가까지 나왔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가장 교통이 혼잡한 용인·성남 지역을 잇는 용서고속도로가 개통하면 수도권 남부 신도시 주민의 서울 출퇴근길이 매우 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교통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무너져내리고 있다. 실제 개통 이듬해 11만1247대이던 일평균 교통량은 지난해 19만3131대로 73.6%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19만5155대(4월 말 기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연간 교통량도 2010년 4060만대에서 지난해 7049만대로 늘었다. 특히 신도시 중심으로 추가 개발과 입주가 반복되면서 서수지IC∼서분당IC, 광교 상현IC∼서수지IC, 서분당IC∼서판교IC 등 신도시 구간 교통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전자들은 짜증을 입에 달고 산다. 이는 지난해 조사된 서비스수준(LOS) 평가에서도 나타난다. 용서고속도로는 수도권(도심)에 위치한 탓에 도로 설계 당시 LOS를 D단계(운전자 안락감 나쁜 수준)로 정해 어느 정도 차량 통행에 간섭이 예상됐다. 하지만 지금은 D단계를 넘어 교통량이 조금 증가하거나 작은 혼란이 발생해도 도로 기능이 심각히 떨어지는 E단계(서울 방향 서분당~서판교 구간)까지 확인되고 있다. A부터 F까지 6단계로 나눠지는 LOS에서 최하위 단계인 F(교통와해)까지 떨어지면 도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본다. 용인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박 모씨(43)는 "개통 초기 30분 정도 걸리던 이동시간이 지금은 1시간 이상 늘어나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면서 "용서고속도로는 더 이상 출퇴근 운전자를 위해 만든 고속도로가 아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특히 향후 성남 대장·고등지구, 용인 신봉지구 등 신도시들이 본격 형성되면 용서고속도로 혼잡이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지만 당국과 민자사업자 모두 손을 놓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자고속도로는 재투자 문제 때문에 고속도로 확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용서고속도로 운영자인 경수고속도로 측도 "고속도로 진출입 부근에서 정체가 되니 본선까지 영향을 받는 것"이라면서 "본선의 용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추가 도로 확충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와 용인시는 "용서고속도로가 정부 추진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시설 확충 등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혜진 한국교통연구원 민자도로관리지원센터 전문연구원은 "체증 해소의 가장 좋은 방법은 우회도로 건설이지만 최근에는 운영 현실화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민자사업자는 교통량을 상품 취급하는 데서 벗어나 이용자 서비스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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