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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단기 성과만 내려다… 효과 못 내는 국정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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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시행 착오 반복 / 文정부의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 / 역대 정부 국정 전략들과 ‘대동소이’ / “성장동력·조세정의·노사관계 등 / ‘핵심 이슈 25가지’ 5년마다 되풀이” / 컨트롤타워 부재·부처 협력 부족도 / “10∼20년 마스터플랜 짠 뒤 조정을”

세계일보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 문재인정부의 여섯 번째 국정전략은 박근혜정부의 ‘경제 민주화’(추진전략2), 이명박정부의 ‘활기찬 시장경제’(국정지표2)와 내용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노무현정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국정과제5)을, 김대중정부는 ‘활력 있는 경제와 풍요로운 사회 실현’(추진전략2)을 내세웠다.

현 정부의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이나 ‘미세먼지 걱정 없는 쾌적한 대기환경 조성’은 표현만 다를 뿐 21년 전 김대중정부의 ‘교육부문의 효율성 제고’와 ‘대도시 공기오염 개선’과 비슷하다.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고령화 대응, 사회안전망 구축 역시 역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과제였다.

그런데 왜 이들 현안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을까. 19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국책연구기관 협동연구보고서 ‘미래예견적 국정관리와 정부혁신’에 따르면 국정과제는 △대통령 단임제 △단기적 성과 집착 △부처 간 칸막이 △컨트롤타워 부재 등의 요인으로 5년마다 반복되면서도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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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열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김대중정부부터 문재인정부까지의 국정과제를 비교분석한 결과 성장동력 확보, 조세정의 실현, 상생 노사관계 정립 등 핵심 이슈 25가지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표현이나 방법론, 우선순위의 차이는 있지만 국정과제의 80∼90%는 내용상 동일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국정과제는 저출산, 양극화, 사회재난 등 하나같이 장기적 로드맵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복합적 현안들이다. 하지만 정부는 선거 등의 이유로 단기 성과에 집착할 때가 많고, 각 부처는 과다한 법정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를 위한 경쟁, 실적 위주 성과관리시스템 때문에 타 부처와 협력하기를 꺼린다.

강 교수에 따르면 국정목표 달성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평균 2.5년이다. 국정과제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는 데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또 바뀌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정부가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단기 성과를 강조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획을 재구성하면서 주요 국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부처 간 협력도 요원하다. 강 교수가 1463개 현행법(2월1일 기준)을 전수조사한 결과 ‘고용정책 기본법’과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처럼 정부가 3∼7년마다 기본계획이나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는 법률은 533개, 이에 따른 법정계획은 586개였다. 1년가량 소요되는 법정계획을 부처 한 곳당 30개 이상 세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 확보를 위한 부처 간 경쟁은 치열하고 너무 잦고 많은 정책과제로 부처 내 소통이나 통합마저 어렵다.

강 교수는 “중장기 국가비전이나 정책원리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많은 정부계획이 난립하다 보니 서로 다른 계획이나 전략이 중복되거나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며 “10∼20년의 마스터플랜을 짠 뒤 해마다 정책 상황에 맞는 국정과제의 롤링(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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