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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동물원 침팬지야, 나뭇가지 들고 뭐해? “땅속에 파묻힌 먹이 캐내 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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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아닌 유인원도 도구 사용

디지털기기에 반응해 놀이도

경향신문

노르웨이 크리스티안산 동물원에서 도구를 이용해 땅속의 먹이를 캐내고 있는 침팬지의 모습. 오슬로대학·플로스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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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당시 26세였던 세계적 영장류 연구가 제인 구달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베강 기슭에서 침팬지가 도구를 이용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침팬지가 흰개미집에 나뭇가지를 넣은 뒤 나뭇가지에 달라붙은 흰개미들을 먹는 모습을 구달이 확인하면서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은 인간뿐이라는 통념이 깨진 것이다. 구달에 이어 유인원의 도구 사용에 대해 연구한 과학자들은 야생 침팬지와 꼬리감기원숭이가 땅속 식물의 뿌리 등을 캐내기 위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최근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진은 야생 유인원뿐 아니라 동물원에서 태어나 다른 개체로부터 도구 사용에 대해 배운 적이 없는 침팬지도 땅에 파묻힌 먹이를 찾기 위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진은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노르웨이 크리스티안산 동물원의 침팬지 10마리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으며 이 가운데 8마리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땅속 먹이를 캐먹는 행동을 해본 적이 없는 개체들이었다. 연구진은 땅에 다섯 개의 구멍을 판 뒤 각각 과일을 넣은 뒤 구멍을 열어놓는 방식으로 침팬지들에게 구멍 속에 먹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연구진은 이어 구멍을 메운 뒤 침팬지들에게 땅을 팔 수 있는 나뭇가지를 제공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땅을 파기 위한 도구를 제공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 침팬지 10마리 중 9마리는 바로 땅에 파묻힌 과일을 캐내 먹었다. 이 가운데 8마리는 맨손으로 땅을 파지 않고, 도구를 이용했다. 침팬지들은 도구를 제공받지 않았을 때도 동물원 내에서 도구로 사용할 만한 도구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침팬지가 특정한 도구들을 재사용함은 물론 짧은 도구보다는 길어서 먹이를 캐내기가 더 편한 도구를 선택하는 것도 확인했다. 침팬지들이 돌아가면서 땅을 파 먹이를 캐내거나 캐낸 과일을 서로 나눠 먹는 모습도 목격했다.

오슬로대 연구진은 다만 사육 상태의 침팬지에서 확인한 이번 연구결과를 그대로 야생 침팬지에 대입해 야생 침팬지들에서도 같은 실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추론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또 호미닌들 역시 이 침팬지들과 유사하게 땅속의 먹이를 수확하기 위해 비슷한 방식으로 도구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호미닌이란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를 포함해 사람과에 속하는 초기 인류 모두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한편 동물원 내 유인원에 대한 실험에서는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동물 역시 인간만이 아니란 사실도 확인된 바 있다. 2016년 한국과 호주 연구진은 서울대공원 서울동물원에서 오랑우탄과 침팬지가 디지털기기에 반응해서 놀이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의 모습을 확인했다. 당시 서울동물원의 침팬지 ‘관순이’와 오랑우탄 ‘백석이’는 터치스크린으로 비눗방울 모양의 동그라미를 터치해 터뜨리는 놀이를 즐겼다. 유인원의 인지과학 연구는 물론 행동풍부화에도 디지털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의 발견이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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