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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건물 흔들리면 머리 보호·탁자 밑 피신…진동 잦아들면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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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 때 행동 요령

건물 밖에서는 길 중앙으로 걷기, 교육 기회 없었던 어른들 더 당황

미리 대응 역할 정해 놓으면 도움

경향신문

지진이 발생하면 즉시 방석 등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낙하물에 다치지 않도록 탁자 아래 같은 곳으로 피해야 한다. 이후 진동이 잦아들면 집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송파안전체험교육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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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 있는 지진 재연 시설은 6㎡ 내외의 어느 아담한 가정집 주방을 그대로 옮긴 듯했다. 한쪽에는 개수대와 각종 조리기구가 즐비하고, 다른 쪽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4인용 식탁이 놓여 있었다. 사전 교육을 받은 어린이집 원생들이 탁자에 둘러앉는가 싶더니 주방 전체가 좌우로 거칠게 흔들렸다. 마구 요동치는 국자와 냄비가 달그락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은 머리에 방석을 쓰고 탁자 밑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진동이 잦아들자 아이들은 신속히 출입문을 통해 몸을 피했다.

지난주 지진 재연 시설에서 만난 서울의 한 어린이집 원생들은 위급 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수칙을 몸으로 익히고 있었다. 최근 몇 해 사이 경주와 포항에서 큰 지진이 잇따르면서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우려가 늘었고 안전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된 교육 대상이 어린이와 청소년에 집중된 게 현실이어서 오히려 지진 대응 능력은 어른들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면 지진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뭘까.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머리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머리를 다치면 치명상으로 이어지거나 정신을 잃어 대피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가정에서 지진을 감지했다면 손에 잡히는 대로 방석이나 두꺼운 책을 이듯이 들어 올려 머리를 보호한 뒤 탁자나 책상 밑으로 들어가 웅크리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었다면 장바구니를 머리에 모자처럼 뒤집어쓰는 것도 좋다.

구은주 송파안전체험교육관 차장은 “지진 때 가족 간에 미리 할 일을 정해 놓으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진이 나면 아빠는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가스 밸브를 잠그고, 엄마는 문틀이 뒤틀려 외부 탈출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출입문을 열어놓는 것으로 미리 역할을 약속해 놓는 것이다. 우왕좌왕하지 않게 돼 생존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지진은 보통 1분 이상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진동이 멈췄다면 신속히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최초 지진 이후 더 큰 지진이 올 수도 있고, 작은 지진이 온다고 해도 구조가 취약해진 건물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에 남아 있다간 더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첫 지진의 진동이 시작되자마자 건물 벽이 갈라지는 등 붕괴 조짐이 확연히 나타난다면 더 빨리 몸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머물던 건물이 콘크리트 등 튼튼한 재질의 건물이 아니라면 지진이 나는 와중에도 붕괴 조짐이 있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것이다.

일단 지진이 끝난 뒤 건물 밖으로 나왔다면 길 중앙으로 걷는 데 신경 써야 한다. 건물에 바짝 붙어 걸으면 유리 파편이나 간판 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지진이 나면 대피해야 할 공터나 운동장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 놓는 것도 생존에 도움이 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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