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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전기차 천국 노르웨이… 거리엔 충전기가 가로수처럼 줄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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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 시각) 오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앞 도로에서 닛산 전기차 리프 한 대가 버스 전용차로로 달리고 있었다. 신호등 앞에 멈춘 이 차를 보고도 뒤따라 오는 버스는 경적을 울리지 않았고, 인근에 있던 경찰도 단속하지 않았다. 경찰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전기차는 버스 전용차로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법규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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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외곽 주유소에 설치돼 있는 전기차 충전소 모습.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 ‘전기차 100%, 탄소 배출량 제로(0)’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오슬로(노르웨이)=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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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를 구석구석 살펴보니 '전기차 천국'이었다. 오슬로 중앙역 앞에 있던 택시 23대 중 20대는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였고, 오슬로 공항 지상 3층 주차장의 절반은 전기차 충전기가 완비된 전용 주차 구역이었다. 우니 베르게 노르웨이전기차협회 사무국장은 "노르웨이 정부는 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내연기관차를 구매하는 게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도록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올해 1~4월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은 46.4%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파격적 인센티브에 전기차 구매 폭발

노르웨이 정부는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꿔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연기관 차량이 차별을 당한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전기차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1990년부터 전기차를 구매할 때는 차량 구매 시 내야 하는 각종 세금을 아예 받지 않고 있다. 베르게 국장은 "노르웨이에서 자동차를 사려면 구매세, 부가가치세 등을 합해 세금으로만 차 가격의 절반 이상을 추가로 내야 한다"면서 "하지만 전기차는 면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노르웨이에서 팔린 차량 1만8375대 중 1만732대가 전기차로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7월 노르웨이에 출시된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은 2주 만에 판매량 7000여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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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도심에도 전기차 충전소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오슬로(노르웨이)=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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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도심에서 동쪽으로 약4㎞ 떨어진 폴크스바겐 매장에 들러 차량 판매 가격을 문의해봤다. 매장 직원 군나르 에릭센씨는 일반 골프 차량과 전기차 e-골프 차량 가격을 알려줬다. 그는 "차량 가격은 전기차가 훨씬 비싸지만 세금 혜택을 받으면 전기차가 더 싸진다"고 말했다. 차량 가격이 18만624크로네(약 2460만원)인 골프는 이산화탄소 배출세 3만1827크로네, 질소산화물 배출세 2263크로네, 무게세(차량 무게에 따른 세금) 2만1526크로네, 부가가치세 25% 등 각종 세금을 합해 총 29만8300크로네(약 4070만원)를 내야 살 수 있다고 했다. 반면 e-골프는 차량 가격이 25만9800크로네인데 등록세만 붙어서 26만2300크로네(약 3580만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보조금을 받더라도 전기차 가격이 1000만원가량 비싸다.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는 1996~2018년 통행 요금을 면제받았고, 올해부터는 통행료를 50% 이상 할인 받고 있다. 일반 승용차는 도심 진입 때마다 50크로네(약 6800원)를 내야 한다. 또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전기차는 공영 주차장을 무료(지난해부터는 최소 50% 할인)로 이용했다.

◇인구 530만의 富國, 전기차 확산에 도움

노르웨이 정부가 전기차에 이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석유·천연가스를 보유한 자원 부국(富國)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세계에서 12번째로 많은 333억달러(약 39조8000억원)어치 원유를 수출했다. 인구가 530만명에 불과한데 노르웨이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지난해 8만1695달러(약 9720만원)로 세계 4위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잘 갖춰져 오슬로 도심 곳곳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오슬로 국립박물관 앞 도로 충전기에서 테슬라 모델3를 충전하던 그래픽 디자이너 그로넹 닐슨(37)씨는 "대형 주차장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충전 시설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불편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1만1345개가 설치돼 있다. 차량 1800대가 동시에 고속 충전이 가능하고 2025년에는 8000대 동시 충전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2023년까지 전기 택시를 위한 무선 충전 시설도 설치한다.




오슬로(노르웨이)=김강한 기자(kimstr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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