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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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충정로2가 택배연대노조 사무실에서 김태완 위원장이 택배기사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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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천국은 택배기사 덕에 가능했다. 한 명이 하루 250개를 나른다. 그렇게 일하고 한 달에 얼마를 가져갈까. 택배 시장점유율 절반을 차지한 CJ대한통운은 지난달 1만2000여 택배기사의 '소득'을 분석한 결과 월평균 578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차량운영비 등을 뺀 '순소득'은 433만원이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택배 할 만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수일 후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택배연대)는 월 329만원이라고 반박했다. 2016년 12월 노조원 3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근거다.
김태완(49)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대한통운의 수치가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매출이다. 기름값·차량유지비·대리점수수료·부가세·통신비·식비 등 운영비를 빼고, 차량 감가상각비·보험료 등을 제하고 가져가는 돈은 월 300만원 남짓"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통운이 '매출'이라고 했으면 할 말이 없지만, 소득이란 표현은 틀렸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충정로2가 택배연대 사무실에서 김태완 위원장을 만났다.
Q : 월 500만원과 300만원, 누구 말이 맞나
A : "현장에선 '기가 찬다'는 반응이다. 매출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소득이라는 표현은 틀렸다. 또 1억 이상 버는 택배기사가 500명이 넘는다고 했는데, 그건 정말 특별한 경우다. 부부나 가족이 같이 배송하는데 사업자를 한 명만 받았다든지, 회사의 배려로 아주 특별한 현장에서 집화(택배를 수집하는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 등이다. 배송으로 한 달 1억을 하려면 1만2000개(1개당 배송료 800원) 이상을 배달해야 한다. 하루 500개씩 25일 일해야 하는데, 불가능하다."
Q : 택배 기사는 하루 몇 시간 정도 일하나
A : "2015년 인권위, 2016년 택배연대 설문조사, 2017년 노동권익센터 조사 결과 13~15시간으로 나왔다. 주 84시간이다. 새로 산 운동화가 석 달을 가지 못한다. 휴일·야근 수당을 고려해 계산하면 택배 노동자의 시급은 현재 최저임금(835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Q : 지난 3월 택배사의 단가 인상 선언 후 택배기사에게 변화가 있었나
A : "대리점·지점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일부 고객사는 택배 단가가 올렸다. 하지만, 가격 인상으로 이탈한 고객사도 있다. 회사 입장에선 단가가 오른 대신 물량은 적어 중개비용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택배기사 배송료는 그대로다. 또 고객사 이탈로 수입이 줄어든 기사도 있다."
Q : 택배 단가가 오른 곳의 배송료는 왜 오르지 않았나
A : "구간별로 배송료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택배 단가가 1700원~2000원이면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배송료는 800원이다. 즉 택배 단가가 기존 1700원에서 1900원으로 오르더라도 기사에게 떨어지는 배송료는 같다. 소비자는 온라인쇼핑몰에서 택배비로 2500원을 지불하지만, 실제 택배사로 들어오는 돈은 1700원 정도다. 나머지는 온라인쇼핑몰이 가져가는 '백마진'이다."
Q : '백마진'은 어떻게 생겼나
A : "택배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년 동안 택배 단가가 지속해서 하락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택배법이 없다 보니 이런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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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이 지난 16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생활물류서비스법' 입법을 촉진하는 기자회견에서 국토부 장관 면담 요청서를 들고 있다. [사진 택배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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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관계자는 지난달 발표한 택배기사 소득에 대해 "최근 택배기사 1만2000명에게 지급한 수수료를 추출한 것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더 있다"고 말했다. 택배 단가 인상에 대해선 "현재 고객사와 협상 중이지만 원활하게 진행을 못 하고 있다"며 "단가가 인상되면 택배기사 수수료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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