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전 세계 주요 증시 대비 코스피 부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무역 분쟁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상장사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흐름도 이어진 탓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비중을 축소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미·중 무역분쟁 격화 이후에도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보다 한국증시가 상대적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취약한 펀더멘털 환경이 글로벌 교역과 경기둔화에 대한 민감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비 부진한 펀더멘털 환경은 원화 약세로 이어져 외국인 수급에도 부담을 가하고 있다.
코스피의 상대적 약세국면은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대내외 펀더멘털 환경 부담에 추가적인 수급이슈가 가세하기 때문이다. 5월 말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비중축소가 예정됐다. 한국 증시의 등락을 결정했던 외국인 수급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만약 원화 약세와 외국인 수급악화 간의 순환 고리가 형성되면 코스피 낙폭확대 가능성도 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은 장기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진 상황에서 원화 약세, 수급적인 이슈 등을 고려했을 때 특히 외국인에게 투자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협상을 재개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이 관세를 부과하면서 지표가 나빠졌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관망세가 짙어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평가 절하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 영향을 받아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해 연초 대비 100원 가까이 상승했다. 따라서 외국인은 환차손에 대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미·중 무역협상 우려로 코스피는 7% 가까이 하락했다.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요인이며 지수에 하락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큰 만큼 통신, IT 소프트웨어, 미디어, 필수소비재와 같은 업종이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달 말 협상 마무리를 기대했던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예상보다 견조한 가운데 양호한 경기 펀더멘털이 미국 협상력을 높여준다. 중국도 아직 경기부양 여력이 남아있어 미국의 일방적인 합의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양국 모두 전면적인 통상갈등도 불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강대강의 마찰 속에서 협상 장기화가 예상된다. 예상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20% 확률)는 다음달 28일 예정된 G20 정상회담에서 극적 협상타결에 이르는 것이다. 추가관세 부과가 유예되는 가운데 양국의 협상이 진행되는 시나리오 가능성은 약 45%다. 마지막으로 추가관세 부과 및 중국의 맞대응으로 전면전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35% 확률이라는 점에서 앞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이 국내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제한적일 전망이다. 지난해와 다른 정책환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설비투자 사이클과 중국 통화량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와는 다르다. 일시적 오버슈팅 구간에 들어가 있는 원·달러 환율도 무역분쟁 충격이 완화되면서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한국 증시의 실적은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모두 부진하다. MSCI 기준으로 올해 한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22.7%로 주요국 대비 가장 낮다. 실적 전망치도 선진국, 신흥국 대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실적 전망치 하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초 이후 국내 증시가 하락하지 않으면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9배로 상승하며 2016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주요국 대비 부진한 실적과 실적 전망치,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때 글로벌 증시 관점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낮다고 판단한다.
수급적인 관점에서는 외국인 순매도 속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는 부분이 부담이다. 무역 협상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출이 나타났고, 이에 따른 영향으로 한국, 대만, 인도 등 주요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에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조 4000억원이 순유출 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