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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NH농협금융지주가 주목한 농업 스타트업 Best 5-시골 농부도 스마트폰으로 판매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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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마크 주커버그’.

글로벌 IT 회사의 창업자 이름이다. NH농협금융지주가 만든 스타트업 지원센터인 NH농협디지털혁신캠퍼스에 가면 회의실에 이처럼 글로벌 기업 CEO의 이름이 붙어 있다. 이곳을 거쳐간 스타트업들이 장차 이들처럼 됐으면 한다는 뜻이 담겼단다. 이곳은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농협금융 계열사와 스타트업 간 상생의 장이자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삼고자 만든 곳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다녀갔을 정도로 금융당국의 관심도 높다. 농협금융은 캠퍼스 개설과 동시에 그동안 핀테크 위주의 스타트업 지원을 넘어 농업을 주제로 한 일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도 문호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아주IB투자, 크레비스파트너스와 혁신 스타트업(새싹기업) 투자·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단순 사무실 개방을 넘어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임팩트(순기능) 투자 선두 업체인 크레비스의 김재현 대표는 “상대적으로 드문 농업 관련 스타트업들이 소비자, 생산자를 모두 이해할 수 있게 환경을 제공해주고 또 농협의 목적과 스타트업의 목적이 사업적·전략적·철학적으로 상호 융합해 지속 가능한 임팩트를 만들 수 있도록 크레비스도 직접 초기 자금을 투자해 스타트업들이 핵심적인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벌써 나오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이 주목한 스타트업은 어떤 기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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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금융지주가 스타트업 전방위 지원기관으로 밀고 있는 디지털혁신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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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넥서스컴퍼니 ‘프롬’

▷농산물 발굴, 추천하면 최저가로 구매

모바일 쇼핑이 발달한 시대. 사과는 어디서든 살 수 있다. 그런데 먹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진짜 맛있는 사과를 구할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때 주로 주변 지인 중 먹어봤거나 신용이 가는 이들의 추천에 기대게 마련. 이런 ‘지인 찬스(?)’가 큰 역할을 하는 데 주목한 스타트업이 있다. ‘친구로부터 온 커머스’를 지향하는 커머스 ‘프롬(From)’이다. 2017년 커넥서스컴퍼니를 창업한 윤지영 대표는 “애초 책을 살 때 주변 추천으로 사게 되는 현상을 네트워크 분석 시스템으로 돌려보니 e커머스 사업 모델로 발전시킬 여지가 보였다. 지인 추천으로 가장 많이 사는 것이 1차 가공식품이다 보니 자연스레 이들 상품군을 중심으로 거래를 유도하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농협과 만나게 됐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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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커넥서스컴퍼니가 친구로부터 온 커머스 ‘프롬(From)’ 출시 기념으로 서초구 염곡동 오가닉미디어밸리에서 마켓데이를 열었다. 프롬이 육성하는 영미네 정미소(바로텍), 드롭스 ‘또르르팬’, 헬로우맨(아이비웰니스)의 제품이 론칭되는 등 총 7개 브랜드가 참여해 대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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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관계자는 “캠퍼스 입주는 물론 농가 추천, 법률 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보조하고 제휴된 크레비스파트너스를 통해 투자, 멘토링까지 한 번에 해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커넥서스컴퍼니는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 소비자가 발굴한 각종 상품 생산자를 찾아 ‘프롬’을 통해 온라인 직거래를 대신할 수 있도록 구매 좌표를 만들어준다. 대신 추천받은 소비자는 최저가로 구매하게끔 돕는 역할을 한다. 사업 모델은 구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정의 수수료다.

윤 대표는 “약 4개월 만에 150여종의 제품이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서비스가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본인 재구매, 선물 등의 용도로 반복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농가와 소비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는 추가 사업 모델도 조만간 소개할 예정이다. 중간 유통과 광고가 필요 없이 소비자가 주도하는 새로운 커머스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2.에이임팩트 ‘어레인지’

▷문자로 ‘귤 한 박스’ 주문하면 자동처리

제주도에서 귤농사를 짓는 김은하 씨(가명). 지인이나 단골 고객이 문자로 주소, 연락처를 보내오면 난감하다. 다시 택배에 송장을 일일이 기입해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레인지’ 앱을 깔고 나서 이런 문제가 단번에 해결됐다. 일단 문자나 SNS 주문이 들어왔을 때 어레인지 앱만 띄우면 택배용 송장으로 자동 변환되는 데다 배송까지 알아서 척척 해준다. 농가 입장에서는 세상 편한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이를 개발한 이는 윤성진 에이임팩트 대표. 온라인 교육 플랫폼 이지메이커(창업 후 매각), 여성 의류 제조업체 더룩스,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 케이파머스 등 다양한 사업을 하던 윤 대표는 농부들이 e커머스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어레인지’를 개발했다. 지난해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거래액이 4억6000만원을 기록했고 4월 기준 가입 농장만 1500여곳에 달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혁신캠퍼스에 입주해 서비스 고도화에 힘을 받고 있다는 윤 대표는 “문자 주문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유일한 플랫폼으로 유사 서비스나 경쟁 플랫폼이 없다”며 “농협은행에서 제공 중인 핀테크 오픈 API와의 협업을 추진 중이며 2022년까지 3만개 이상의 업체 확보, 4300억원 이상의 연간 거래액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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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엑스바엑스 ‘오더플러스’

▷식당-식자재 업체 중개 플랫폼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가 2014년 회사를 창업할 때만 해도 주력 서비스는 맥주와 맥줏집을 추천해주는 모바일 앱 ‘오마이비어’였다. 그러던 중 식당 주인들이 식자재 업체로부터 조달받는 과정에서 각종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길로 식당과 식자재 업체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 해서 개발한 것이 ‘오더플러스’다. 오더플러스의 특장점은 식자재를 비교 후 주문할 수 있다는 점.

박 대표는 “변하는 시세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품 품질 규격까지 세세하게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 데다 새벽배송, 오더플러스 내의 선금·외상결제 전용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서 결제 내역도 쉽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오플뱅킹 등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현재 엑스바엑스는 농협금융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받으며 사업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농협과 손잡고 우리 농산물의 유통에 좀 더 기여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 유통업체의 사업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로 더 진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4. 싹틔움

▷농산물 계약재배 O2O 중개 플랫폼

농촌에서는 흔히 ‘풍년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작황이 좋으면 오히려 산지 가격이 떨어져 농부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말이다. 부모님이 낙농업 종사자라 어릴 적부터 농촌 사정에 밝았던 황원배 싹틔움 대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을까 고민하다 ‘계약재배’가 답이라고 확신했다.

계약재배를 하려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농민들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과 매뉴얼화된 중개 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싹틔움은 NH디지털챌린지의 인큐베이팅 B트랙 기업으로 선정, 서비스 출시 전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

황 대표는 “생산자와 계약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쉽고 편하게 생산·계약 수요 정보를 등록하거나 검색하고 현장에서 싹틔움 매니저와 함께 3자 미팅·협의 후 전자계약 시스템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O2O 서비스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향후 가격이 폭락한 품목을 산지에서 직송하는 싹틔움 마켓도 운영할 계획이다.

▶5. 시소앤팜토리 ‘닥터레시피’

▷한의학 기반 비염개선 습관 만들기 앱

“20년 이상 비염을 달고 사는 환자였습니다. 매년 환절기마다 반복되는 고초를 겪으며 깨우친 비염 개선 비법은 약이 아닌 면역력을 키워 증상을 완화하는 생활습관을 길러내는 것이었죠. 생활 속에서 알레르기 비염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 앱 서비스로 개발했습니다.”

한의학 기반 비염 개선 습관 만들기 앱 ‘닥터레시피’를 만든 김강산 시소앤팜토리 대표의 설명이다.

앱에 들어가면 한의학 사상 체질 분석은 물론 건강 정보, 관련 농식품 구입도 가능하다. NH-KSIA 핀테크×블록체인 해커톤 장려상 수상에 이어 지난해 연구산업 신서비스 분야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는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최근에는 애플 앱스토어 비염 키워드 부문 1위 앱으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비염 개선,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농식품의 판매, 정기구독 서비스는 물론 알레르기 비염 환자와 한의사의 매칭을 통한 연계 수수료가 수익 모델”이라며 “디지털캠퍼스 입주 기업으로 농협과 연계한 농산물 매매 서비스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8호 (2019.05.15~2019.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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