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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중국발 디스플레이 공급과잉 충격 확산-삼성·LG 동반 적자…대형 LCD도 中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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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대형 LCD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OLED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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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난 2월 한상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수석부회장(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이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건배사로 외친 말이다. 한 부회장의 건배사는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30년 역사상 지금까지 여러 위기가 있었다. 디스플레이는 투자와 경기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한때의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다시 위기를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지금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두려움이 업계 전반에 펼쳐져 있다. 지금처럼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총체적 난국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두 기업이 동시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충격적인 디스플레이 실적

▷삼성·LG 7년 만에 동반 적자

지난 4월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1분기 예상 실적 설명자료’를 내고 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은 분기당 영업이익 10조원을 넘나들던 반도체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난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반도체 못지않게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바로 삼성디스플레이의 대규모 적자 소식이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사업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비수기 속 중국 패널 업체들의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증가로 당초 예상 대비 가격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는 1분기 영업적자가 56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영업이익 970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당 1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기업이 순식간에 수천억원 적자 기업으로 바뀐 셈이다.

1분기 만에 실적이 급락한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 LG디스플레이 매출은 5조8788억원, 영업손실 13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 늘었지만, 적자폭은 더욱 커졌다.

문제는 양 사 적자가 2분기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대략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IBK투자증권은 삼성디스플레이가 2분기 매출 5조4130억원, 영업손실 29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CD 패널 가격이 반등하면서 1분기보다 영업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오히려 2분기 적자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실적이 매출 5조9000억원, 영업손실 38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양 사 합쳐 7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는데 2분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손실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매경이코노미

▶기록적인 적자…왜?

▷중국의 10.5세대 물량 폭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실적 부진을 설명하면서 ‘계절적 비수기’라는 용어를 빠뜨리지 않았다. 1분기는 전체적으로 수요가 적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다는 얘기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 적자의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이 그나마 강했던 대형 LCD 시장에서도 중국의 추격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해 1분기(1~3월) 60인치 이상의 대형 TV 패널 시장에서 한국이 45.1%로 1위를, 중국이 33.9%로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만 보면 한국이 나름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상황이 다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점유율은 54.8%에서 45.1%로 1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반면, 중국은 3.6%에서 33.9%로 3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업체별로 보면 중국 BOE가 전체 29%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해까지 삼성, LG가 어느 정도 수익을 기록한 것은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생산에 집중하면서 차별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하지만 중국 BOE가 지난해부터 10.5세대 초대형 LCD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올 1분기 중국 차이나스타(CSOT)까지 10.5세대 생산라인을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BOE는 올해 1분기 매출 4조5600억원, 영업이익 1450억원을 기록했다.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 1~2위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적자를 거둔 상황에서 BOE는 흑자를 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국이 자랑하는 OLED 시장이 여전히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도 실적 악화의 원인 중 하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OLED 패널의 95%를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글로벌 경기 둔화가 더해지면서 스마트폰 판매량은 조금씩 감소 추세다. 애플 아이폰 판매량 급감 또한 삼성디스플레이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플렉서블 OLED 등 신산업이 아직 제대로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실적 부진 원인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OLED가 대세라고 하지만 아직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지금 당장 수익적인 측면에서 LCD 역할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LCD 시장에서 크게 타격을 입으면서 삼성과 LG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뾰족한 해법이 없다

▷OLED에 기대 걸 수밖에 없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과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OLED밖에 없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아직도 OLED 시장의 주력은 스마트폰이다. 지금처럼 스마트폰 시장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으면 OLED만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눈독 들이기 시작한 시장이 있다. 바로 자동차용 OLED 패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벤츠 신차에 들어가는 P-OLED(플라스틱 OLED)를 내놓는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벤츠 납품을 계기로 자동차용 OLED 수주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승부를 걸어야 할 사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아우디에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자동차용 OLED 패널 시장 규모는 올해 12만대에서 2023년 370만대로 커질 전망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26만달러(약 131억원)에서 4억9170만달러(약 5752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자동차용 OLED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HS마킷 시장 조사 자료에도 알 수 있듯이 2023년이 되더라도 자동차용 OLED 시장 규모는 약 60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분기당 6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결국 디스플레이 본연의 시장인 TV나 스마트폰 등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폴더블 스마트폰이나 롤러블 TV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장이 열려야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을 처음 열었던 일본은 많은 교훈을 준다. 재팬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대만에 인수되면서 지금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일본 기업을 찾기 어렵다. 재팬디스플레이가 망한 이유 중 하나는 OLED 등 신기술 개발에 뒤처졌기 때문이다. 패널 사업은 점점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한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원 현대증권 기업분석팀장의 분석이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8호 (2019.05.15~2019.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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