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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결국 서민 주머니로 막은 버스 파업-주 52시간 부작용 → 노조저항 → 혈세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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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전국 동시 버스 파업은 피했지만 후유증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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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시 버스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대가는 컸다. 협상 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버스노조에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양보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부담을 시민들이 지게 됐다는 평가다.

서울·경기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 버스노조는 파업 예고 시점인 5월 15일 오전 4시를 전후해 파업을 철회·유보했다.

전국에서 버스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버스가 멈춰선 지역은 울산이 유일하다. 버스가 멈추지는 않았지만 대신 요금이 오르거나 혈세 투입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새로운 정책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돈’으로 메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우선 경기도는 시내버스 200원, 직행좌석버스 400원을 올리기로 했다. 전라남도 또한 올해 하반기 200원 정도를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시내버스 노사는 버스기사 임금을 3년에 걸쳐 현재 수준보다 20% 이상 인상하기로 합의했지만 요금 인상은 없다고 했다. 결국 요금을 올리지 않고 3년 동안 44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년은 현행 61세에서 63세로 늘어났다.

버스 총파업은 없었지만 정부가 버스 지원에 일부 국가 재정 투입 여지를 열어놓으면서 재정 원칙이 깨졌다는 우려는 커졌다. 특히 정부는 수도권과 서울을 오가는 M버스와 일반광역버스를 준공영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준공영제는 버스 회사 수입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부족분은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지자체가 버스에서 나온 모든 수입을 일괄적으로 모은 다음 각 버스 회사에 분배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준공영제’ 도입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준공영제 도입에 따른 세수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광역버스 전체와 시내버스로 확대하면 연간 2000억원 가까운 비용이 추가로 들 전망이다.

이미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는 이로 인한 적자가 엄청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가 시내버스 회사에 준 재정지원금은 5402억원에 달했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준공영제를 도입한 여덟 개 지자체(일부 도입 포함)에서 2018년 한 해에만 1조652억원이 투입됐다.

▶뜨거운 감자 ‘준공영제’ 확대 시 1조원 추가 비용

문제는 주52시간인데…정부 대응 늦었다 비판도

지자체 사이에서는 정부 대책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올해 초부터 경기도가 서울·인천시를 상대로 버스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지자체 사이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버스와 관련한 노사정 협의를 진행해왔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는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가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거치며 버스 회사 경영구조 개선 대책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교통전문가는 “주 52시간 단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버스 대란이 발생했다”며 “버스는 일반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만큼 요금 인상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잘못된 정책 때문에 버스요금이 오르고 그것도 모자라 세금 지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9호 (2019.05.22~2019.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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