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잠행 마무리…유승민이 움직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연일 존재감 과시

합리적 야당 이미지 구축…세 불리기 전략

헤럴드경제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왼쪽)이 투표를 마치고 있다. 이날 유 의원이 응원한 오신환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사실상 잠행을 마쳤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물러난 유 전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을 기점으로 연일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대척점에 있는 호남계를 상대로 당권을 쟁취한 후 다시 정치권 정면에 나설지 주목된다.

유 전 대표의 안착 전략은 ▷합리적 야당 이미지 구축 ▷세 불리기 등으로 보인다. 이미 자기가 민 오신환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해 기반은 다졌다는 분석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전 대표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거듭 정부여당을 비판 중이다.

그는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달나라 사람이 아닌가”라며 “지난 2년 경제정책 실패에 반성은 커녕 ‘성공’이라고 말하는 문 대통령을 보며 드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대로 하는 문 대통령을 보면 남은 3년 우리 경제가 얼마나 더 망가질까 두렵다”며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에는 “문 대통령이 ‘세금을 더 화끈하게 퍼붓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했다)”며 “대통령이 틀렸다. 경제가 사는 길은 세금 아닌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대표가 정치 견해를 이같이 연달아 내놓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달창’, ‘한센병’, ‘사이코패스’ 등 막말로 잠식된 국회에 휩쓸리지 않고 점잖은 목소리를 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막말 논란에 휩싸이는 이 때, 보수 지지자를 향해 자신들이 합리적 야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호소했다”며 “앞으로도 자극적 말 없이 지적과 대안이 있는 의사 표출 빈도를 늘려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세 불리기 전략은 이미 어느정도 성공했다. 당내 24명 의원(당원권 정지 등 제외) 중 유 전 대표 편은 그를 더한 바른정당계로 분류되는 8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안철수 전 대표 혹은 호남을 중심으로 뭉친 국민의당계였다.

유 전 대표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안 전 대표 편에 선 국민의당계를 우군으로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그는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당시 원내대표에 맞서 패스트트랙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패스트트랙은 막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유 전 대표의 우군은 애초 8명에서 11명, 김 원내대표를 사임하는 과정에선 15명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계의 초선 의원은 “유 전 대표가 오신환 원내대표를 밀었을 땐 직접 (나에게)접촉해 설득을 했다”며 “지난 수개월간 잠행을 본 입장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갈 길도 멀다. 무엇보다 손학규 대표를 주축으로 한 호남계 의원들의 당내 장악력이 만만치 않다. 유 전 대표 입장에선 손 대표가 물러나야 완전한 힘을 얻지만, 손 대표의 정면돌파 뜻이 현재로선 확고해 보인다. 손 대표의 권한이 여전히 막강해 자칫해선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당의 공동 대주주인 안 전 대표가 오는 8~9월께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또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