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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군사옵션 카드 만지는 트럼프 “이란, 전쟁 원하면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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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美대사관 인근 로켓 피격, 이란 지원받는 시아파 발사 추정

트럼프 “미국을 협박 말라” 경고… 이란도 “두렵지 않다” 강경 기조

미국과 이란간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성격으로 해석되지만, 이란 핵 문제가 더욱 악화하면 군사 옵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의 그린 존(green zone)에 로켓 포탄이 날아 들었으며 포탄이 떨어진 곳은 미국 대사관 인근이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이라크 정부 청사, 외국 공관 등 주요 시설이 모여 있는 그린 존이 공격 받은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라크 군 관계자는 “포탄은 그린 존 내 무명용사 기념비 인근에 떨어졌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면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들의 본거지인 바그다드 동부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명용사 기념비는 미국 대사관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이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이런 공격을 했다면 우리는 이란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미국은 이란이나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가 미군 관련 시설을 공격할 것으로 판단해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급파했고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 직원 중 비필수요원들의 철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공격 몇 시간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싸우기를 원한다면, 이는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 될 것이다”며 “미국을 다시는 협박하지 마라!”고 강력 경고했다. 지난 16일 이란과 전쟁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톤다운 했던 그가 ‘공식 종말’을 언급하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2017년 8~9월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의 레토릭을 구사하던 분위기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일단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거듭 피력했다. 그는 “아시다피시 나는 전쟁에 뛰어들기를 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며 “전쟁은 경제를 해치고 무엇보다 중요하게도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란 같은 상황에서 그들이 핵무기를 갖도록 할 수 없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 핵합의 탈퇴 후 핵 문제에 대한 재협상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란은 최근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과 중수 비축을 재개하겠다고 밝혀 긴장이 고조돼왔다.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본격적인 핵 활동에 나서면 이란 핵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이란에 강경한 매파들의 입장이 2002년 이라크전 발발 당시와 비슷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의 강경한 기조에 이란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날 “우리는 전쟁을 추구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국가를 방어하는 모든 분야에서 준비가 끝났다”고 밝혔다. 중동 패권을 놓고 이란과 경쟁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우디는 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상대(이란)가 전쟁과 적대를 선택한다면 사우디는 굳건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우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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