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거래 제한 후속 조처…스마트폰 1위 꿈 큰 타격
‘국가 안보 큰 위협’이라며 뚜렷한 근거는 제시 안 해
DNI 국장 기업·대학 등 상대 설명회 “중국과 거래 조심”
트럼프 “‘중국제조 2025’로 세계를 접수하려고 한다”
중국에 기술 패권 넘기지 않으려 화웨이 등 제압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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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를 고사시키겠다는 미국의 의지와 행동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안보 위협의 명확한 근거는 대지 않은 채 진행하는 ‘화웨이 죽이기’에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꺾겠다는 큰 구상이 배경에 있다.
<로이터> 통신은 구글이 화웨이에 대한 소프트웨어와 기술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고 20일 보도했다. 구글은 어디에나 공개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는 제한하지 않지만, 새로 출시되는 화웨이 스마트폰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유튜브·구글맵·지메일 애플리케이션을 쓸 수 없게 된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안드로이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 보호를 이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무부가 화웨이와 계열사 70곳을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미국 기업들은 승인을 받아야 이들과 거래할 수 있다고 한 것의 후속 조처다. 구글 대변인은 “우리는 (정부) 지시를 준수하며, 그 영향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포부를 품은 화웨이에 또 하나의 날벼락이다.
하지만 미국은 제재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 장비 및 과거에 생산한 장비들이 중국 정부와의 관계 탓에 어떤 취약점이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화웨이 장비를 쓰면 도청당하거나 민감한 기술 정보가 새나갈 염려가 크다고 한다. 반대로 독일과 영국 등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미국의 화웨이 제품 사용 중단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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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신 커다란 잠재적 위험을 강조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 가격이 경쟁 업체들보다 40%가량 싼 화웨이 장비가 통신 환경을 장악하면 나중에 손을 쓰려고 해도 어렵다는 주장이다. 협약을 맺어 그런 우려를 해소하자거나, 자사 돈을 투입해 보안 우려를 해결하겠다는 화웨이의 제안도 일축했다. 핀란드의 노키아나 스웨덴의 에릭슨도 이런 협약으로 보안 위험에 대한 보증을 하며, 어차피 보안 위험은 주기적 점검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화웨이의 주장이다. 하지만 마이클 처토프 전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검사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통신 네트워크에 어떤 장비를 넣으면 업데이트, 패치, 수리를 (계속)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통신장비와 소프트웨어는 악용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미국 쪽은 5세대 통신 기술은 사물인터넷이나 자율주행차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되니까 더 민감하다고 한다. 5세대 통신망을 마비시키거나 고의로 오작동시키면 엄청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결국 화웨이 제품 차단, 공급망 붕괴 시도,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신병 인도 요구와 화웨이 기소는 일관되고 철저한 전략에 따른 조처로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무역전쟁에서 지렛대로 쓰려는 것보다는 중국이 첫손가락에 꼽는 기술 기업을 좌초시켜 ‘기술 패권’ 도전의 예봉을 꺾겠다는 의도가 짙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연방수사국(FBI) 간부들과 함께 대형 정보기술 업체, 벤처캐피털, 대학들을 상대로 여러 번 비공개 브리핑을 해 중국과의 거래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브리핑을 주선한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 정부와 중국공산당은 미국 경제와 안보에 가장 큰 장기적 위험”이라며 “이런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의 거대한 경쟁자다. 그들은 세계를 접수하려 한다. 그들은 2025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중국이 여러 기술 분야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에 대한 견제를 미국 대통령이 직접 말한 것으로, 무역전쟁의 방점을 ‘돈 계산’뿐 아니라 중국 기술 기업 봉쇄에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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