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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황교안이 앞장선 '성소수자 혐오', 민경욱도 '혐오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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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혐오정치…"더불어퀴어당으로 커밍아웃하라"

자유한국당이 당 대변인 명의로 낸 공식 논평에서 성(性)소수자 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과도한 노출과 노골적 행동, 선정적 문구들로 논란이 돼온 행사"라고 비하하며 "동성애 문제는 단순한 찬반 문제를 넘어 법조계, 종교계, 의학계 등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20일 민경욱 대변인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참가단을 꾸려 이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차라리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퀴어당'으로 커밍아웃하라"며 "찬성과 반대를 저울질하는 회색분자나 기회주의자는 결국 국가를 망치고 국민을 어지럽힌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2017년 당시 문재인 후보는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동성애에 대해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바로 이틀 후 '군 내 동성애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2010년 문재인 후보 팬카페에 올라온 문 후보의 '백문백답'에서는 '동성혼도 허용돼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성애를 매개로 한국당이 표출하는 혐오정치의 선두에는 황교안 대표가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7일 세종시에서 열린 행사에서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대해서 반대한다. 저의 정치적 입장에서도 동성애는 우리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우리 가족의 아름다운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런 축제들이 벌써 십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부정적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17년 10월 당시 '극동포럼' 행사에서도 "성적 지향이라는 건 성적으로 무엇을 취하느냐에 따라 차별하면 안 된다는 거다. 동성애도 되고, 남성 여성 다 해도 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거나 "동성애 문제가 공공연하게 퍼져가고 있다"고 동성애를 '문제'로 보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한국당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황 대표뿐 아니라, 친박계와는 견원지간인 홍준표 전 대표 시절에도 한국당의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 성향은 여전했다. 홍 전 대표는 2017년 8월 21일 당 최고위원회의 공식석상에서 "동성애는 하늘의 섭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을 통해 (동성애를) 허용하려는 시도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었던 바 있다. 같은해 대선 당시에도 그는 "동성애는 하나님의 뜻에 반한다", "에이즈(AIDS)가 그렇게 창궐하는데"(4월 27일)라고 했다.

2016년 4월에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대표가 총선 유세 연설에서 "동성애는 인륜을 배반하는 일인데 군에서도 이런 행위를 하면 군 기강이 어떻게 되겠나"라거나 "동성애는 인륜을 파괴하는 것이다. 동성애를 찬성하는 후보가 국회의원 당선이 되면 우리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역대 한국당-새누리당 지도부의 이런 동성애혐오증적 인식은 보수 기독교계의 표심을 맹종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인구의 70%가 기독교도이고 '가족'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했고 특히 보수진영에서 대체로 훌륭한 나라로 평가하는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2015년 6월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됐고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이 판결을 "미국의 승리"라고 기렸다.

지난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영국 BBC 방송은 "영국에서는 누군가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그를 차별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세계의 어떤 나라들에서는 동성애자인 게 불법"이라고 차별적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5월 17일이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이유는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질병 분류 목록에서 제외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혐오에 '병증'을 뜻하는 '증(症)'자가 붙는다. 공교롭게도 황교안 대표가 세종시에서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반대하고, 정치적 입장에서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 날이 바로 5월 17일이기도 했다.

기자 : 곽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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