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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르포]세계 하늘길 심장, 1/1000mm 오차 잡는 창원에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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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창원(경남)=안정준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공장, 스스로 진화하는 스마트팩토리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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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전경/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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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문이 열리자 로봇팔들의 군무가 펼쳐졌다. 주먹만한 부품을 깎고 다듬어 끼우는 동작에 망설임이 없었다. 조립, 연마, 용접 등 저마다 역할을 맡은 80여개 로봇들의 일사분란한 몸짓에 눈이 팔린 사이 뒤에서 "비켜주시면 됩니다"는 말이 들렸다. 몸을 옮기자 옆으로 자재를 한가득 실은 무인운반로봇(AGV: Automated Guided Vehicle)이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지난 16일 방문한 경상남도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은 로봇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24시간 작업자 없이 돌아가는 이곳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P&W, 롤스로이스 등 세계 3대 항공엔진 핵심 부품을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심장이다.

축구장보다 조금 큰 1만1000㎡(3310평) 공간에 10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이 곳은 공장 스스로 공정을 유지·관리하는 '스마트팩토리'를 표방한다. 초정밀 기계제조업의 '끝'인 항공엔진산업 특성상 오차 없는 공정 유지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감상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장(상무)은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미크론(1000분의 1mm) 단위 오차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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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공장에서 로봇이 항공엔진 부품을 정밀 가공하고 있다./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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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팩토리는 스스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공정마다 부착된 센서는 1초마다 20회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매일 누적된 데이터는 품질불량과 우발적 설비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빅데이터'가 된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인공지능(AI)이 미래를 예측해 공장을 운영하는 단계가 가까워지는 셈이다. 감 상무는 "2021년부터 예측을 통해 움직이는 명실상부한 스마트팩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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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를 실은 무인운반로봇(AGV: Automated Guided Vehicle)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 내부를 이동중이다./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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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원 공장의 스마트화를 통해 세계 항공 엔진의 핵심 제조사로 발돋움했다.

P&W와 차세대 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RSP: Risk & Revenue Sharing Program) 계약을 맺은 뒷심 중 하나가 스마트화였다. '개발-생산-애프터서비스(A/S)' 3단계로 이어지는 RSP는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면서 이익을 공유하는 글로벌 항공엔진 업계 사업모델이다. 독일 MTU와 영국 GKN 등 소수의 선진국 업체들만 수행이 가능할 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이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5년간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조사에서 받은 수주금액만 21조원이 훌쩍 넘는다.

어느날 갑자기 스마트화를 통해 이 같은 성과물이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1977년 설립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삼성정밀)은 F-5 제트엔진 생산을 시작으로 F-15K, T-50 고등훈련기 등 공군의 주력 항공기 엔진 개발·생산을 통해 음속돌파까지 가능한 항공엔진 기술력을 축적했다. 특히 2014년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이어 2021년 발사 예정인 위성발사체 누리호 사업에도 참여할 만큼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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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항공엔진을 검수하고 있다./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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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그룹 회장의 투자 의지는 든든한 뒷심이다. 그룹은 2022년까지 항공·방산사업에 4조원을 투자한다는 로드맵을 지난해 내놨다. 현재 한화에어로 중심의 항공·방산사업군 진용을 짠 것도 글로벌 도약을 위한 포석이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40년간 항공 엔진부품 전문화사로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을 인정받아 항공기 엔진 시장에서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 RSP 파트너사라는 업계 지위와 스마트팩토리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사업 규모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경남)=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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