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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모델하우스 공간기획 개척한 여성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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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모델하우스를 꾸미는 건 민얼굴에 화장을 입히는 것과 같아요. 헤어스타일과 옷에 맞도록 얼굴에 예쁘게 화장을 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실제로 집을 사고 싶게 만드는 게 제 업무죠."

전국 건설사 모델하우스 300여 곳의 실내 공간을 직접 꾸미는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주인공은 김호경 나무스타일 대표(48·사진).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아파트 인테리어 업무를 마치고 나면 그 후엔 고객이 나머지 가구나 조명, 꽃, 커튼 등을 직접 하는 것을 보며 왠지 아쉬웠다. 인테리어 공간을 잘 만들어놨는데 가구나 커튼 등에서 자신이 생각한 콘셉트가 무시되는 것 같아 속이 상했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가구나 소품까지 직접 손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모델하우스의 공간기획 시장을 개척했다.

모델하우스 공간기획 시장을 개척한 지 13년. 효성해링턴플레이스 태릉, 중흥 S-클래스 목포남악, 힐스테이트 판교 공용홀, KCC 스위첸 여주, 포스코 더샵 송도 센토피아, 호매실 금호 어울림 에듀포레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내부를 그가 다 장식했다. 타고난 색에 대한 감각과 모든 프로젝트마다 가구와 소품을 맞춤 제작하는 그의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다. 김 대표는 "아파트 콘셉트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매번 가구와 카펫, 커튼 등을 맞춤 제작한다"며 "숟가락, 젓가락, 식기 등 각종 소품도 발품을 팔아 집과 가장 어울릴 만한 것을 고른다"고 말했다. 그는 "주부들이 팬트리 문을 열고 기절하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팬트리에 들어갈 소품을 직접 만들어 채운다"며 "나도 이런 집에서 이렇게 꾸며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게 내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보여주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게임방을 꾸몄다면 CD플레이어로 게임하는 소리를 틀고, 주방에는 싱그러운 음악을 틀어 요리하고 싶게 만든다. 평형별로 재미 요소를 가미하는 것도 그만의 노하우다. 식탁에 식기를 똑같이 배치하면 지루할 수 있어 한 곳 정도는 밥을 다 먹고 치운 듯한 연출을 하기도 한다. 모델하우스지만 실제 집 같은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호매실 금호 어울림 에듀포레 모델하우스다. '어떻게 하면 집을 더 넓어보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거실과 방의 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폴딩도어는 한쪽 벽면에 커튼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통유리로 설치한 문을 말한다. 그 덕분인지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10여 년간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며 늘 가구, 커튼, 소품 등의 선택과 배치에 아쉬움을 느꼈던 그는 꽃꽂이를 배워 플로리스트로 변신했다. 꽃 하나로 손쉽게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플로리스트로 서울패션위크, 모터쇼, 잡지스타일링 등 행사를 치르며 자연스럽게 공간기획자로 일하게 됐다. 나무스타일은 2006년 창업했다.

처음에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스타벅스 등 굵직한 프랜차이즈 기업과 손잡고 일을 하다 차츰 모델하우스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모델하우스를 꾸미는 일이 주업이 됐다. 1년에 모델하우스 30~40곳을 그가 직접 기획한다. 앞서 롯데리아 한국 88개 점포, 엔제리너스 커피 70개 점포, 스타벅스 3개점 등을 비롯해 한샘 리하우스 쇼룸 3곳 등을 직접 꾸몄다. 미얀마에 진출한 롯데리아 1호점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푸드 페스티벌 롯데리아 부스 등도 나무스타일 작품이다.

김 대표는 "실내 디스플레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앞으로 디자인 전체를 기획하고 컨설팅해주는 회사로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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