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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호주 `기금형 연금` 눈부신 성과…최근 5년간 年평균수익 무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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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개편 ◆

매일경제

일찍이 기금 형태의 퇴직연금 제도를 확립한 호주는 '글로벌 노후자산 관리의 롤 모델'로 손꼽힌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과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등 은퇴 자금의 자산 배분을 다양화하고 기금 간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이 호주 퇴직연금 제도만의 '성공 방정식'으로 평가된다. 의무 적립된 퇴직연금이 대부분 펀드시장에 투입돼 호주가 세계 3위의 펀드시장으로 급성장하는 데는 기금 형태의 퇴직연금 제도가 제 몫을 했다는 평가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호주퇴직연금협회(ASFA)가 집계한 지난해 호주 퇴직연금 수익률은 9.1%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산 월이 달라 직접 비교에 제약은 있지만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 1.01%의 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호주 퇴직연금은 최근 5년을 기준으로도 연평균 9%의 수익을 올려 1.88%에 그친 한국 퇴직연금 수익률을 크게 앞질렀다. 호주 퇴직연금은 최근 10년 수익률 역시 6.5%에 달한다.

호주 퇴직연금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이끄는 주요인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ASFA에 따르면 호주의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은 국내외 상장 주식에 45%를 투자하고 부동산과 인프라,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 비중도 16%가 넘는다. 해외주식(23%)과 해외채권 (9%) 등 해외자산의 비중만 30%가 넘는다.

호주 27개 퇴직연금 기금이 출자해 만든 IFM인베스터스의 투자 방식은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다변화 사례다. IFM인베스터스는 1997년 멜버른 공항의 지분을 사들여 최근 20년간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다. 향후 99년간 운용권리를 확보한 캔버라 보타니 항구와 뉴사우스웨일스 항구 등 호주 2대 항구에 투자해 연간 4.5~5.5%의 꾸준한 배당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든든한 노후 자금으로 돌아갔다.

기금 간 경쟁 구도는 호주 퇴직연금의 또 다른 장점으로 손꼽힌다. 호주 기금형에는 산업형, 소매형, 기업형 등을 포함한 총 5가지 유형이 있다. 운용 성과에 따라 근로자가 이들 기금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선택할 수 있다. 가령 사학연금의 실적이 좋지 않다면 교수라도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으로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곳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구조인 셈이다. 호주 산업형 기금은 1996년 180여 개에서 2016년 40개까지 줄었다.

호주는 1992년 정부가 소득의 일정 비율을 퇴직연금에 의무 적립하도록 한 이후 자산운용시장 규모가 급속하게 확대됐다. 의무 적립된 퇴직연금은 대부분 펀드시장에 투입돼 호주가 세계 3위 펀드시장으로 급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자산운용 규모가 1992년 말 2000억달러에서 현재는 1조8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자산운용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 수준(한국은 GDP 대비 30% 수준)으로 확대됐고, 운용자산 규모도 호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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