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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원금보장 상품에 몰빵 퇴직연금…실적배당 투자로 고수익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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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개편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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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자본시장특위)가 발표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디폴트옵션 추가 도입 방안은 저위험·저수익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만 묶여 있는 퇴직연금을 고수익의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기간 투자되는 퇴직연금은 단기 변동성을 감안하고서 원금 비보장 상품에 투자할 만하다는 인식에서다. 현재 퇴직연금에서 실적 배당 상품에 투자되는 비중은 9.7%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주식이나 대체자산 등의 원금 비보장형 상품에 투자되는 비중이 49.1%(2019년 2월 말)나 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적격자동투자 제도'라고 할 수 있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 추진은 근로자들의 무관심 때문에 낮은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확정기여(DC)형 제도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회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해 약속된 돈만큼 주는 확정급여(DB)형과 달리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투자할 상품을 고르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무관심으로 근로자들이 적극적인 투자나 자산 배분을 하기보다는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해 놓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2017년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2.54%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작년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퇴직연금 설문조사에서도 설문에 응답한 69% DC형 가입자들이 운용 기능의 대체 및 상품 선정의 전문성을 이유로 가입자 대신 선별·투자해 주는 디폴트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전문가들의 적극적 개입으로 실적 배당형 상품에 대한 투자와 시장 상황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에 투자 결정을 맡기는 일종의 '일임' 투자가 되는 셈이다. 또 퇴직연금 속성상 장기·분산 투자를 지향하는 펀드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선진국에 분산 투자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 계산에 따르면 자동 투자 상품으로 퇴직연금펀드가 활용된다고 가정할 때 현재 연 2.7% 수준인 DC형 및 개인연금계좌(IRP)의 수익률이 연 9.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 투자 상품 방식으로 투자되는 외국 TDF 수익률이 연평균 9.1%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연 6.4%포인트의 수익률 개선이 가져올 추가 운용수익은 연 1조5000억원이다. DC형은 퇴직연금 운용의 손실도, 이익도 모두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노후자금이 보다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추진된다. 그동안 퇴직연금 가입자(회사)들은 퇴직연금 운용을 가장 잘할 만한 금융회사가 아닌 주거래은행 등에 퇴직연금을 맡기면서 퇴직연금의 본질적 자산관리서비스 경쟁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회사 대표나 재무담당자는 퇴직연금의 장기 수익률보다는 일단 자신의 임기 내 연금에서 손실이 나는 것을 회피하다 보니 원리금 상품 위주로 투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노사가 퇴직연금 운용을 담당할 지배구조인 수탁법인을 만들어 수탁법인 이사회가 주요 투자 결정을 담당하는 제도다. 연기금 투자 풀을 활용할 수 있으며 경쟁으로 인한 '메기 효과'로 퇴직연금 수익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메기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고객 입장에서 퇴직연금 수수료율 인하를 시사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두고 실질적인 수익률 경쟁에 나선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할 때는 현행 계약형보다 수익률이 4.8% 늘어나 DB형의 경우 연 1836억원의 추가 운용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병덕 한국연금학회장은 "디폴트옵션 제도와 기금형 연금 제도의 두 축으로 퇴직연금은 수익률이 높은 주식시장에 투입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며 "TDF 등 연금 상품이 해외 자산에 투자되는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주식 투자의 자국 편향을 감안할 때 일정 자금이 국내 펀드와 주식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자본시장특위가 퇴직연금 관련 개선 방안을 여당에 건의하면서 그동안 업계에서 건의돼 왔던 디폴트옵션 제도와 기금형 제도가 다시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퇴직연금 기금형 제도는 지난해 고용노동부에서 '개정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반영된 내용이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 <용어 설명>

▷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 : 퇴직급여를 지급할 의무를 기업이 지는 제도. 기존 퇴직연금 제도와 유사하게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받는다.

▷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 : 근로자가 적립금의 관리와 운용 책임을 지는 제도. 회사는 매년 한 달치 급여를 퇴직계좌에 적립하는 것으로 의무가 끝난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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