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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레이더P] 악수가 뭐기에…서로를 겨냥한 설전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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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여야 정치인 등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중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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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끝났지만 '악수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측에선 김정숙 여사가 일부러 황교안 대표와 악수하지 않고 지나친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가운데, 청와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청와대와 한국당 인사들이 나서서 설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인사도 가세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5.18 기념식 맨 앞줄

지난 18일 오전 10시 39주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맨 앞줄에 있는 귀빈들과 인사와 악수를 나눴다. 여야 5당 대표들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해 앞줄에 앉았다. 무대에서 바라봤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좌측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나란히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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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 맨 뒤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는 김정숙 여사가 보인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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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해찬 대표를 시작해 여야 5당 대표들과 악수를 나눴다. 황 대표와도 악수를 하며 "잘 오셨다"고 했고, 황 대표는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논란이 된 장면은 그 다음에 나왔다. 김정숙 여사는 문 대통령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문 대통령이 이해찬 대표와 악수를 하고 지나간 뒤, 김 여사도 이 대표와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그 옆에 있던 황교안 대표와는 악수를 하지 않았고, 황 대표 옆에 있던 손학규 대표와 악수를 했다.


"악수 청하지 않아" vs "의도 참 못됐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19일 SNS에 "김정숙 영부인은 황 대표 우측의 이해찬 대표와 악수를 나눈 뒤 악수를 청하지 않은 채 황 대표 얼굴을 뻔히 쳐다보고 황 대표 좌측으로 넘어가 손학규 대표에게 악수를 청했다"고 하면서 "손 한 번 잡아주면 될 것을 그 손을 뿌리친 모습은 분열과 협량의 상징이 돼 이 정권을 괴롭힐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가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일 뿐, 일부러 황 대표와의 악수를 건너뛴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자, 민 대변인은 "예법상 악수는 의전상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여성이 남성에게 청하는 것이다, 김정숙 영부인은 여성이시고 의전 서열도 황교안 대표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19일 SNS에 "김 여사님과 악수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다면 그만일 것을 굳이 저런 황당한 의미를 부여한다"며 "의도가 참 못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통상 행사 참석 전후에 대통령과 여사의 동선은 전열의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이 난다"며 "이때 대통령의 뒤를 따라 여사가 움직이시게 되는데 앞선 대통령의 이동시간에 따라 여사가 미처 악수를 나누지 못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vs 한국당 설전으로 확전

민주당 인사들도 발끈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19일 SNS에 "(민 대변인이) 언젠가 주민 반응이 성에 안찬다고 가래침을 카악하고 길바닥에 뱉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 있었는데, 황 대표가 영부인과 악수를 못했다고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폼이 꼭 가래침 뱉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20일 라디오 방송에서 "(김 여사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건너뛰었다"며 "급하니까, 문 대통령과 거리가 벌어지니까 뛰면서 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각을 보인 여당 의원도 있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정숙 여사도 5.18에 대해서 당신이 갖고 있는 자연인으로서 갖고 있는 심정이 있을 것"이라며 "황교안 대표가 (5.18 문제를) 제대로 정리 못한 데 대한 일종의 추궁이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기념식 현장에 있었던 신보라 한국당 청년최고위원은 20일 "김정숙 여사께서 시간이 없어 유독 제1야당 대표만 악수를 하지 않았다는 건 더욱 황당한 해명"이라며 "영부인의 제1야당 대표 악수패싱은 논란 그 자체가 매우 씁쓸하고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5.18 진상조사위 공방

악수 논란에 앞서 청와대와 한국당은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놓고 갈등을 벌였다. 지난 2월 한국당이 추천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3명 중 2명에 대해 청와대는 재추천을 요구했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문 대통령은 18일 기념식에서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가 없다"며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며 한국당을 겨냥했다. 그러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며 진상규명위원회 출범을 못 하는 걸 국회 탓으로 돌렸고, 사실상 한국당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며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20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 추천 문제에 대해 "자격 요건이 충분한데도 여러 공격에 시달려서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분이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1명을 교체했다, 한국당도 1명을 교체해서 추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악수 논란과 함께 5.18 진상조사위 공방도 이어지면서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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