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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평남 강선·평북 태천·자강도 희천 등 北핵시설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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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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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문제를 언급하며 지난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의 '딜브레이커'였던 북한 핵시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북한이 보유 중인 핵시설이 '5곳'이라는 숫자를 제시했다. 북한 핵시설의 구체적 수를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다음날 새벽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은 (회담에서) 영변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며 간접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핵시설'이 원자로와 플루토늄 재처리·우라늄 농축시설 등 직접적인 것만을 언급하는지, 아니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작·발사 시설이나 관련 연구시설까지 포함하는지는 불분명하다.

하노이 회담을 전후로 거론되는 북한의 직접적 핵 관련 시설도 4~5곳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이들 시설을 지칭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국내외에서는 하노이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북한 핵시설이 △평안남도 강선 △평안북도 태천 △자강도 희천 △양강도 영저리 등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은 과거 미국 핵물리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에게 공개한 영변 핵시설 외에도 복수의 장소에서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평남 강선 지역의 경우에는 지난해부터 미국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의 핵심 경계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지난해 6월 "북한이 미국을 속이고 핵탄두와 미사일, 핵 개발 관련 시설 리스트를 축소하려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영변 외에 강선에서도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지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핵 관련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최근 "강선이 영변보다 먼저 건설됐으며 2000~4000개 원심분리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핵무기 저장시설이나 고폭실험시설 등도 한미 정보당국의 중점 대북 감시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정보당국은 파악된 북측의 핵시설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군사위성 등 감시 자산을 활용해 해당 시설들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북한은 황해북도 평산과 평안남도 순천 등지에 우라늄 광산과 정련시설 등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은 영변 외에 삼중수소 등 수소폭탄에 사용되는 물질을 은닉했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재료를 생산하는 장소를 북한에 언급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협상에서 논의했던 내용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북한의 반응을 유도해 협상 의지를 시험해 보려는 의도로 이번 발언에 나섰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 두 나라를 거론하며 '핵보유 불용' 입장을 밝혔지만 각 나라에 대해 사뭇 다른 대처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여러 차례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거론하며 대북 대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방침에 대해서도 분명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유화전술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핵·ICBM 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부각하며 대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의 바로 코앞인 아라비아해에 항공모함 전단과 강습상륙함 등을 파견해 대규모 무력시위를 펼치며 대조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는 물론 F-35A 전투기, 지대공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 포대까지 페르시아만 일대에 파견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는 미국이 중동(이란)과 중남미(베네수엘라)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한국 정부의 상황 관리를 지켜보며 다른 갈등 지역 문제에 집중하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김성훈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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