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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현직 부장판사 “김영식, 자기가 하면 정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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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내정설 부인하다 비서관 맡자

판사 커뮤니티에 “어이상실” 글

“사법부 독립은 그냥 한번 해본 소리인가요?”

20일 오전 현직 법관들의 내부망인 코트넷에서 한 지방법원의 이모 부장판사가 던진 질문이다. 지난 17일 청와대 신임 법무비서관에 임명된 김영식(52)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두고 한 말이다. 불과 3달 전까지 재판을 하던 그의 청와대 ‘직행’에 동료 판사들 사이에선 성토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이날 글을 올린 이 부장판사는 “법관이 정치권력 기관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묵묵히 맡은 일에 충실할 뿐인 대다수의 법관은 마음이 조금 어렵다”고 적었다. 김 비서관이 판사 시절 ‘사법부 독립’을 강하게 주장했었다는 점을 꼬집듯 “남이 하면 사법부 독립 침해, 내가 하면 정의”냐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취지에 공감한다” 는 판사들의 실명 답글이 달렸다.

김 비서관의 ‘청와대행’ 소문은 지난해 12월 중순 법원에 사직서를 낼 때부터 흘러나왔다. 문제는 그가 이를 극구 부인해왔다는 점이다. 김 비서관은 한 언론에서 내정설을 보도하자 자신이 간사로 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게시판에 “사직 전·후로 지금까지 결코 어떤 공직을 제안받은 적도 없었다”고 반박 글을 올렸다. 내정 보도에 대해 “그야말로 기사보도의 원칙마저 저버린 오보이며 인권법연구회 전체를 폄훼하려는 의도”라며 되려 언론을 비난하기도 했다.

어느 쪽이 진실이었는지는 4개월 만에 드러났다. 지난 2월 25일 퇴직한 김 비서관은 잠시 한 로펌에 몸담았지만 곧 해당 공직으로 가게 됐다. 그의 임명 소식이 들려온 직후 판사들의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어이 상실. 두둔하던 분들 어디 계세요. (청와대) 직행이 아니라 (변호사) 석 달 구색 갖췄으니 문제없다고 하실 건가요”라며 노골적으로 실망을 드러내는 글이 올라왔다. 전임인 김형연 전 비서관 역시 문재인 정부 초기 부장판사를 사직하고 이틀 만에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케이스다. 이를 두고 현 정부가 사법부 독립을 고려치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식 비서관은 중앙일보가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박사라·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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