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경기도청으로 웃으며 출근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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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무죄 예상못한 검찰
사건을 담당했던 복수의 검·경 관계자는 "철저히 준비해 기소했는데 예상치 못한 무죄가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처럼 최근 검찰 내부에선 "법원의 판결을 예측하지 못하겠다"는 불만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전·현직 판사 14명을 기소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이후 유죄를 확신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는 등 예상할 수 없는 선고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양승태 수사 후 판결 예측 더 어려워져"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가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지난달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판례가 흔들리니 기소 때부터 확신을 갖기 어려운 경우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선고 전 판사에 훈계들은 검사
선고 전 재판부(조성필 부장판사)는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을 박탈할 때 어느 정도의 선거법 위반행위가 있어야 하는지는 큰 고민"이라며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했던 징역 1년 6개월과 비교할 수 없이 낮은 형량이었고 이정훈 구청장은 직을 유지했다.
검찰 관계자는 "판사가 개인의 견해를 먼저 밝힌 뒤 그와 같은 취지의 선고를 내린 것은 보기드문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판사들 "양승태 대법원 때처럼 눈치 안 본다"
검찰의 구형대로 판결하지 않는다고 "예측 못한 판결" 혹은 "튀는 판결"이라 비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법원의 현직 판사는 "판사는 검찰이 구형한대로 판결을 내려주는 자판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2017년 9월 13일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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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사는 "과거 합의부는 부장판사의 의견에 좌·우 배석 판사들이 조용히 따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밝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양승태 "1심부터 최종심 법관처럼 하라"
양 전 대법원장이 2015년 12월 법원장 회의에서 "1심에서 충분한 심리와 검토를 거쳐 그 결론이 상급심에서 거의 달라지지 않는 재판 운영이 정착돼야 한다"고 밝히자 일선 판사들이 "노골적인 재판 압력"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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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법원 자체 조사에선 양승태 대법원이 이른바 '튀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에 대해 직무감독을 검토했던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현직 판사는 "당시 1·2심 판사들도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판례와 다른 판결을 싫어한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법적 안정성 흔들려" vs "판례는 1심에서 만들어져"
국정농단 등 최근 직권남용 사건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은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의 변호사는 "직권남용으로 이렇게 많은 재판이 열린 전례가 없고 그 법리 역시 구체적이지 않아 판사마다 다른 결론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이 서둘러 직권남용 적용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8일 사법연수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법관 대표들이 전국법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명수 대법원이 직권남용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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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과 법원 내부에선 직권남용 사건이 아니더라도 조직보다 개인의 목소리가 커지는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해 법원에서 다양한 판결들이 쏟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판례를 바꾸려 해도 새로운 판례가 1심부터 치고 올라와야 가능하다"며 "하급심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다양한 의견을 밝히는 것과 법리 적용이 올바로 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판사의 소신이 지나치면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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