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여경'이 불러온 차별 논란
"열패감 때문" vs "터질 게 터져"
지난 13일 오후 10시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노상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주취자를 여성 경찰관이 제압해 체포하고 있다. [구로경찰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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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이었으면 '공권력 강화'로 초점"
또 다른 수도권 지역의 여성 경감은 “‘대림동 여경’이 아니라 ‘대림동 남경’이었다면 아마 여론은 주취자에 대한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흘렀을 것”이라며 “여성 경찰관, 특히 여성에 대한 비하 및 폄훼가 논란을 더 부추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으로 여성 경찰관 생활을 했던 한 교수는 “쟁점은 진압할 때 여성 경찰관이 제대로 역할을 했느냐가 아닌 것 같다”며 “경찰, 공무원이라는 한정적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남성들의 패배감이 쌓이는 상황에서, 남성들이 내세울 수 있는 ‘물리적 힘’에서 밀리는 여성 경찰관을 보고 ‘딱 걸렸다’는 왜곡된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경과 현장 배치, 반응 안 좋아"
하지만 일부 경찰관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보였다. 서울의 한 남성 형사는 “강력팀이나 형사팀에 여성 경찰관이 배치되면 현장에 있는 경찰관들의 반응이 그리 좋지는 않다”며 “힘이 차이가 나다 보니 100% 파트너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남성 경위는 “여성 경찰관들이 내근직을 선호하다 보니 일부 남성 경찰관 사이에서 ‘그러니 현장을 제대로 못 챙기지’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며 “비단 이번 제압 모습이 아니라 평소에 속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표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안 전문가로서 역할 다 해야"
여성 최초로 치안정감을 지낸 이금형 서원대 석좌교수는 "남녀 갈등 이런 식으로 '대림동 여경' 논란을 볼 게 아니라, 경찰의 업무 특성이 여성이 하든 남성이 하든 힘든 업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며 "경찰도 남녀 할 것 없이 치안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들도 공동체의 치안을 강화하고 지키기 위해 경찰에게 힘을 보태주면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최충일·이은지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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