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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최후의 생계수단’ 포터·봉고 판매 증가…일자리 붕괴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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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수단으로 이용되는 1t 트럭인 현대자동차(005380)포터와 기아자동차(000270)봉고의 판매량이 올해 들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일자리 수 감소와 자영업 붕괴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이 1t 트럭을 이용한 창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터 판매, 전년比 9% 증가…올해 역대 최고 판매기록 가능성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포터의 누적 판매량은 3만466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했다. 월평균 8666대씩 판매된 셈이다. 4월까지 추세대로 간다면 올해 포터의 판매량은 10만3986대로 역대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했던 2017년(10만1423대)을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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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t 트럭 포터.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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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도 최근 판매가 늘고 있다. 올해 들어 봉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한 2만530대가 판매됐다. 지난달 판매량은 5891대로 지난해 4월보다 11.2%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봉고의 판매량도 6만대를 넘어서게 된다.

포터와 봉고의 판매량은 경제 상황이 악화할수록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위축돼 일자리를 잃거나 장사가 안돼 가게를 접은 사람들이 늘기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주로 쓰는 1t 트럭의 수요도 증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포터와 봉고의 연간 판매량은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8년 6만4442대였던 포터의 판매량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됐던 2009년 7만8846대로 늘었고 2010년에는 9만대를 넘어섰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1t 트럭의 판매량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다시 증가했다. 2017년 포터 판매량은 전년보다 4.6% 늘면서 사상 최초로 10만대를 넘어섰고 봉고도 6만대가 넘게 팔리며 전년보다 8.9%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당시 고용 규모가 큰 조선업 등의 업황이 악화돼 실직자가 급증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수도 많이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소비 침체로…길거리 창업 내몰린 자영업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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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이후 포터와 봉고의 연간 판매량 추이. /현대기아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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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포터, 봉고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하고 있는 것도 빠르게 침체되고 있는 국내 경제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고용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소비가 꺾여 월세를 내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면서 1t 트럭의 수요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8만4000명 증가한 124만5000명으로 지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많았다. 실업률도 0.3%포인트 상승한 4.4%로 2000년 4월 4.5%를 기록한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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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t 트럭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와 내수경기 침체로 점포를 접은 자영업자들이 ‘길거리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이 붙은 서울 종로의 한 상가건물.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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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지난달 상가정보연구소가 서울시 공공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12일까지 서울에서 영업 중인 점포 수는 47만957개로 지난해 말 47만8909개보다 7952개 감소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포터·봉고 신차 살 돈도 없다"…중고 트럭 판매량, 文 정부 들어 급증

지난해 포터의 신차 판매량은 9만7995대, 봉고는 5만9254대로 2017년에 비해 각각 3.4%, 4.7% 감소했다. 신차의 판매수치만 보면 1t 트럭의 수요가 한풀 꺾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고차 판매량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SK엔카닷컴에 따르면 포터 중고차의 판매량은 지난 2016년 6081대에서 2017년 2만9597대로 1년 만에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3만2280대에 달했다. 봉고 중고차 역시 2016년 4247대에서 2017년 1만7594대, 지난해 1만9372대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 포터와 봉고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1t 트럭을 신차로 구매하는데 금전적 부담을 느끼는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 점포를 접고 ‘길거리 창업’으로 전환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며 "올해 1t 트럭의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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