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38)
일부 의사들이 주장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의 효능.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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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건강식품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이 유산균이다. 대부분의 건강식품이 중장년층을 겨냥하는 반면, 유산균은 아기부터 노인까지 온 가족 건강 지킴이로 자리 잡았다. 스틱형 포장재에 분말이 들어 있는 유산균 제품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출시 초기에는 장 건강, 변비 해소에 좋은 제품으로 알려졌다가 그 효능이 차츰 진화해 현재는 면역력 증강, 아토피, 천식, 비염,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항암, 피부 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고 발전했다. 사실이라면 만병통치에 가깝다. 시장 규모가 연 3000억대로 급성장했다. 건강식품 중 비타민과 홍삼제품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홈쇼핑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유산균 제품은 흔히 제품명에 ‘프로바이오틱스’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사람 또는 동물이 섭취했을 때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는 균을 총칭해서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하는데 이는 항생제를 뜻하는 ‘안티바이오틱스’에 대비되는 신조어이다. ‘pro’는 영어의 ‘for’와 같은 뜻이며 ‘biotic’은 ‘life’의 뜻을 담고 있다. 우리의 생명에 유익하다는 뜻으로 보통은 유산균의 다른 이름으로 사용되며, 넓은 의미로는 장 속 유익균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유산균은 우유에 3% 정도 들어 있는 탄수화물인 유당(젖당)을 먹이로 하여 유산이라는 유기산을 만든다. 산성을 띠고 청량감 있는 신맛을 내며 체내에서 많은 열량을 낸다. 생리적 기능이나 약리적 효과가 있는 물질은 아니다. 화학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나 보통은 미생물 발효 때문에 생산된다.
김치유산균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드.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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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은 유산균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몸속에서도 생성되는 물질이다. 운동을 격렬하게 했을 때 산소 부족에 의한 포도당의 불충분 대사로 만들어지며, 체내 축적이 많을 경우 피로를 느끼게 하는 피로물질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대사되어 에너지를 내면서 분해되어 없어진다.
유산균은 장에 서식하면서 정장작용 등 여러 가지 생리 기능을 발휘하며 유해균의 생육을 억제하고 질병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장 속에는 유산균이 먼저 정착하여 외부 감염을 막아주고, 항생제의 장기 복용으로 인해 사멸한 장내 유익균의 복원을 위해 살아 있는 유산균 제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유제품을 많이 먹는 유럽의 유목민이 수명이 길고 건강하게 생활한다는 좀 과장된 정보는 언론에서도 많이 접했다.
그러나 최근 유산균의 효능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교수팀은 프로바이오틱스가 건강한 성인에게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입증한 학술논문 7편 가운데 1편만 신뢰할 만하다고 하며 이런 내용을 학술지 『게놈 매디슨』에 발표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대는 21개월간 7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게 한 결과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학술지 『감염통제 및 병원역학』에 게재했다. 세계 3대 학술지 『셀』은 유산균의 유해성과 관련된 2편의 논문을 연이어 실었다.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작성한 것으로서, 면역학자 에란 엘리나브 박사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유입이 장내 미생물 간의 경쟁을 유발해 장내세균 활동이 크게 위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항생제 유입 시에 소멸한 장내 세균이 다시 살아나야 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부작용을 보고했다.
국내 언론은 프로바이오틱스가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 노인, 중증질환자 등에게는 자칫 '균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 기사를 실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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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은 프로바이오틱스가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 노인, 중증질환자 등에게는 자칫 ‘균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기사를 실었다. 프로바이오틱스로 면역이 과도하게 증가한 상태에서 장 점막이 손상되면 그 사이로 균이 들어가 균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식약처는 소비자가 제기한 부작용 사례를 모아 보니 전체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3661건 중 436건(12%)이 유산균 관련이었다고 했다.
유산균의 유익성을 주장하는 논문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체에 이롭지만은 않다는 연구결과도 차고 넘친다. 여느 건강식품처럼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연구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으니 정말 판단이 어렵다.
최근에는 유산균을 식물성 유산균, 동물성 유산균으로 구분하면서 식물성이 몸에 더 좋다고 광고한다. 김치 등 발효식품에 있는 유산균은 식물성이라 좋고 요구르트에 있는 유산균은 동물성이라 나쁘다는 주장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미생물은 생물분류의 하나의 축이다. 식물이 되었다가 동물이 되었다 하지 않는다. 홈쇼핑 등에는 수입산 유산균이 국내산보다 우수한 것으로 선전하나 이도 사실이 아니다. 이름이 같으면 동일 종이다.
유산균은 건강식품 중 병원 처방이 나오는 유일한 제품이다. 보험도 되지 않는 고가다. 유산균 제제는 약이 아니니 약효나 효능을 선전해선 안 된다. 그러나 병원 처방이 나온다는 것은 치료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편이나 홈쇼핑 등의 선전을 보면 약과의 구별이 불가능하다. 주무부서의 유권해석이 촉구된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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