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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단독]한전 독점 깨지나…재생에너지 사업자에 중장기 기업용 전력 직공급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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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BMW 전기차 생산 공장 전경. 이곳은 공정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의 90% 이상을 공장 주변에 설치한 4기의 풍력 발전기를 통해 얻는다. [사진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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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방문한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BMW 전기차 생산 공장. 'i시리즈(i3, i8)' 차량에 들어가는 차체를 매일 300개씩 조립하는 이 공장은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간다. 공장 주변에 세운 풍력 발전기 4기에서 얻은 자가발전으로 필요한 전력의 90% 가까이 충당한다. 나머지 전력도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직접 사들여 얻는다. BMW는 기업에서 쓰는 에너지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 'RE100(Renewable Energy 100%)' 참여기업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는 "BMW·폴크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한편, 국내 협력업체에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업자-기업, 장기전력구매계약 제도 도입 검토
한국에서도 기업이 직접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사들일 수 있는 기업 장기전력구매계약 제도 도입이 추진된다.

중앙일보가 21일 단독 입수한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안(2019~2023년)'에 따르면 정부는 재생에너지 100% 캠페인 확산을 위해 이 같은 제도를 허용할 계획이다. 이 방안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태국 기업도 재생에너지 100% 참여하는데 한국은 '0곳'
장기전력구매계약 제도는 기업이 전력 생산·공급·유통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살 수 있는 제도다. 기업과 에너지 사업자는 5~20년에 걸친 중장기 계약 기간 약속한 가격에 전력을 거래하고 한국전력은 둘 간의 전력 거래에 필요한 송·배전망을 제공하게 된다. 이 제도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전력 직거래를 금지한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국에선 시행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RE100 캠페인은 미국(51곳)·영국(29곳)·일본(13곳) 등 선진국 기업은 물론 인도(5곳)·중국(2곳)·태국(2곳) 등 신흥국 기업으로도 확산했지만, 한국에선 한 곳도 참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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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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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 요구하는 다국적 기업에 부응
이 제도는 수요자인 기업과 공급자인 에너지 사업자, 정책 주체인 정부 등 3개 경제 주체 모두 '윈윈(Win-Win)' 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우선 기업은 최근 미국·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제품만 납품을 받겠다는 구매 정책과 환경 규제 등에 대비한 중장기 친환경 전력 공급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한전이 파는 전기는 석탄·원자력·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력이 뒤섞여 있다. 이 때문에 LG화학·삼성SDI 등 전기차 베터리를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은 독일 완성차 기업 요구에 부응하려면 생산 공장을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한 독일로 옮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애플·구글·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 175곳이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데다, 이들 중 상당수가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제품 납품을 요구하고 있어 기업의 관련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RE100' 참여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수요로 2030년까지 940억 달러(112조2800억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 투자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 역시 중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사업을 안정화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에 의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 또 장기적인 매출 구조가 구축되면 금융권으로부터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도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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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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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보단 기업 '자발적' 참여 장점…한전 '탈원전' 적자 덜까?
정부로서는 기업에 '팔을 비틀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강제하지 않고도 시장 수요에 따라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번 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안에서도 재생에너지 구매 제도가 기업 '자발적으로' 시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탈원전 사업으로 적자가 누적 중인 한전 입장에서도 관련 거래 시장이 커지면 전력 원가가 비싼 재생에너지를 사들여 판매하는 데 따른 손실을 덜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력을 기존 전력 가격에 '녹색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녹색요금제 도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는 일부러 비싼 전기를 사용하려는 기업이 없는 현실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기존 녹색요금제 도입 대신 장기전력구매계약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이 밖에도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 중인 신재생에너지 전기요금 할인제도 적용 기간을 연장하는 등 자가용 재생에너지 발전기 설치를 촉진하는 제도도 마련된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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