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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北 '화물선 압류' 국제 쟁점화…비핵화 협상 연계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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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the300] 北대사 회견예고 '선박몰수 및 제재 부당성' 주장할듯...북미협상 재개 논의에 악재

머니투데이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미 법무부가 공개한 위성 사진이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가 장소 미상의 항구에 정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 법무부는 9일(현지시간)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위반하고 불법으로 석탄을 수출해 온 북한 대형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를 제재 위반으로 압류했다고 밝혔다. 1만7600t급의 이 선박은 북한에서 가장 큰 화물선 중 하나로 북한의 석탄을 실어 반출했고, 중장비 기계 등을 북한으로 반입하는 데 사용돼왔다. 201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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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와 국내법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 호를 압류한 데 대해 북한이 연일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의 대미 비난 담화와 유엔 사무총장 앞 항의 서한 발송에 이어 21일 밤(미국 동부시간) 김 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반박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선박 압류 사태와 대북제재 문제를 국제 쟁점화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AP통신은 20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미국의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21일 연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같은 날 북한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앞으로 자국 선박을 압류 조치한 미국을 비난하는 서한을 보내온 사실을 확인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실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회피 가능성과 대북제재 결의 이행 관련 문제는 유엔 회원국들이 다뤄야 할 사안"이라며 "서한을 검토 중이고, 총회 및 안전보장이사회가 다뤄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 석탄과 중장비 불법 운송 혐의를 받은 북한 국적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하고 몰수를 위한 민사소송을 뉴욕 맨해튼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미국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북한산 석탄 수출을 금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1718호 8항과 후속결의) 위반이 근거다. 지난 4일과 9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로 무력시위에 나선 직후 미국이 최대한의 제재 압박에 나선 셈이다.

북한은 지난 14일 '하노이 노딜' 이후 가장 수위가 높은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대미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미국의 이번 처사는 '최대의 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 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의 연장"이라며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을 공약한 6ㆍ12 조미공동성명의 기본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유엔에 보낸 서한에선 "미국법에 걸어 우리 무역짐배(화물선)를 미국령 사모아에 끌고가는 불법무도한 강탈 행위는 미국이야말로 국제법도 안중에 없는 날강도적인 나라임을 스스로 드러내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엔 사무총장에게 "긴급조치를 취해달라"고도 요구했다.

담화와 항의 서한에 이은 김 대사의 이례적인 회견에는 북한이 연말을 시한으로 제시한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해 대화 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다목적 노림수가 읽힌다. 북한은 앞서 외무성 담화에서 미국의 압류 조치가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의 기본정신에 반한다고 했다. 북미간 신뢰 훼손을 거론하며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논의와 연계할 수 있다는 경고음으로 들린다.

미국법에 근거한 선박 압류·몰수 절차의 부당성과 유엔의 편향성을 국제사회에 적극 알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 전선을 허물려는 의도로도 파악된다. 북한은 항의 서한에서 "유엔의 공정성과 차후 행동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김 대사가 회견에서 대북제재 즉각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선박 압류 사태로 제재 문제를 둘러싼 북미 대치가 심화될 경우 북미 협상 재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고위급 대화 재개와 대북 인도지원 논의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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