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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탁현민 "남북정상이 어둠 속 15초, 짜릿했던 순간…신뢰있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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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공연 연출로 이명박·박근혜 정권 7년 고생…매일 후회"

뉴스1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 에서 탁현민 대통령행사 자문위원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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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철 기자 =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재직 20개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난해 4.27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환송행사에서 미디어파사드에 들어가기 전 어둡게 전환한 순간을 꼽았다.

탁 위원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연출가로서 혹은 행사를 기획했던 사람으로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미디어파사드의 내용이나 도보다리 회담보다는 미디어파사드에 들어가기 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김 위원장이 자리에 착석을 하고 제가 한 15초 정도 암전(어둡게 전환)을 시켰던 적이 있다. 사람들은 크게 인지를 못했을 텐데 남북 정상이 옥외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모든 불을 다 끄고 암흑의 시간에서 15초, 20여초 정도를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경호 측면에서도 그렇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며 "서로 간에 완벽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거기는 양쪽 경호처 관계자들이 충분히 안전을 확보해 놓은 공간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 전에 암전을 한다는 것을 논의로 부치면 결정할 수 없고, 약간 애매한 경계에 있는 거다"라며 "저는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약간 정적의 순간이 남북 정상의 신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신뢰를 읽어내는 기자분들은 없었던 것 같고 저만 혼자 짜릿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탁 위원은 "그리고 나서 판문점의 개구리, 새 소리들을 15초 정도 듣고 있었는데 그때가 가장 평화라는 게 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또 탁 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답방할 경우에 대한 행사 준비는 제가 청와대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이미 많이 해 놨다"며 "역사적 사건인 만큼 '대대적으로 환영한다' 수준이 아니라 남북 평화를 위해 구체적이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만들 준비를 해야 했고 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 위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공연 연출을 계기로 이명박·박근혜 정권 7~8년 동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2009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연출한 '바람이 분다' 콘서트가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주장하며 "그 공연을 한 이후에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휘말리면서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농담처럼 이야기하지만 제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박근혜 국가정보원의 블랙리스트, 박근혜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에 모두 올랐다"며 "7~8년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또 '바람이 분다' 공연 연출을 맡은 사실을 매일 후회한다며 "겪었던 고통과 그 힘든 시간에 대해 보상받고 싶다. 저는 상당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라 돌이킬 수 있다면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내년 총선 출마 및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의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둘 다 개인적 성품으로는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저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되는데 그 두 분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피할 수 있겠나. 개인의 의지로 되는 게 아니니 지켜볼 일"이라고 답했다.
honestly8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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