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폭스뉴스> 인터뷰서 언급

“북, 핵시설 5곳 중 1~2개 폐기 원해”

영변·풍계리 외 강선 등 지칭 가능성

전문가들 “5곳 무의미…더 있는 것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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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북한에 핵시설이 5곳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영변 외 지목된 핵시설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2월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상황을 언급하며 “정상회담을 한 베트남을 떠날 때 김 위원장에게 ‘이봐,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왜냐면 그는 (핵시설을) 1~2곳을 없애길 원했는데 그는 5곳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내 핵시설 5곳 가운데 1~2곳만 폐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럼 나머지 3곳은 어떻게 할 거냐? 그렇게는 안 된다. 우리가 합의를 할 거면 제대로 된 합의를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시설 5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언급된 1~2곳은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일 가능성이 높다. 영변과 풍계리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핵시설이며, 김 위원장은 각각 이 두 곳에 대해 폐기 및 사찰 용의가 있음을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나머지 핵시설은 그동안 미국 쪽에서 은닉 우라늄 농축시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온 강선 등일 수 있다. 원자로의 경우 냉각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추기 어렵지만, 우라늄 농축시설은 지하에서 별다른 징후없이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오지 않은 것(북한 핵시설) 중에 저희가 발견한 것들도 있다”면서 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농축과 같은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5곳”이라는 숫자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 영변 외 추가 핵시설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안진수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곳이 어딘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영변과 같은 단지를 언급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영변 외 확인된 북한의 주요 핵시설로는 평산우라늄광산과 순천우라늄광산, 평산우라늄정련시설 등 채광 및 정련시설들이 있다. 박천우라늄정련시설은 1992년에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북 태천의 200메가와트 흑연로도 건설 중지됐다고 전해진다. 이밖에는 핵무기 연구시설, 고폭실험시설, 핵무기 저장시설, 우라늄농축 연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등이 분산되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해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는 21일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인용해 “핵무기 개발의 기본 운용 도식만 적용해도 북한의 핵 개발 시설은 최소 5곳”이라며 “영변 핵 시설과 풍계리 핵 실험장은 물론, 기술적으로 플루토늄 금속변환 시설, 우라늄 농축 시설, 육불화우라늄 금속변환 시설 등이 각각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 시설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셰릴 로퍼 전 로스앨러모스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핵탄두 발파에 필요한 고성능 폭약 제조시설은 폭발 위험 때문에 따로 지어야 하므로, 핵무기 개발에 직접 연관된 시설은 앞의 5개 시설에 더해 최소 6곳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또 미 국방정보국 출신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가 “2010년 북한이 영변 인근에 서위리라는 (핵)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영변보다 많은 양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북 핵시설 ‘리스트’를 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선 말고 다른 시설도 리스트에 포함됐던 것으로 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숫자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실무회담 때 김 위원장한테까지 보고되지 않았던 내용이 하노이 때 다 전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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