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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썩어빠진 언론, 일구이언 정치인"…盧 친필 메모 266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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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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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광'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직접 작성한 친필 메모 266건이 공개됐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를 작성했다고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21일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노 전 대통령의 친필 메모를 공개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정상회담, 정부 부처 업무보고, 각종 위원회 회의, 수석보좌관 회의 도중 메모지에 직접 쓴 글귀다. 참여정부 시절 주요 정책 현안이나 정국 흐름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의중과 심경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참여정부 시절) 부속실장 할 때 저녁 9시에 퇴근하고 다음날 아침 7시쯤 관저에 다시 올라가면 9시 뉴스를 보다가 메모한 거, 뒷주머니에서도 1장, 와이셔츠 앞주머니에서도 1장 총 7~8장 메모가 (노 전 대통령에게서) 나왔다"며 "좋은 아이디어 떠오르면 메모해서 저희가 출근했을 때 이런 건 어떤지 검토해 보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고 뉴스타파는 보도했다.

"썩어 빠진" "신뢰 파괴"…언론 관련 메모 여럿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언론에 대한 생각을 적은 메모를 여러 장 남겼다. 메모에는 임기 내내 보수 언론과 대립했던 상황이 잘 나타나 있다. 대표적인 건 지난 2007년 3월 작성한 메모다. 수석보좌과나 회의 도중 노 전 대통령은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이라는 문구를 썼다.

또 비슷한 시기 "식민지 독재 정치 하에서 썩어빠진 언론, 그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는 철 없는 언론. 대선 잿밥에 눈이 먼 양심도 소신도 없는 일구이언 정치인들. 사리사욕, 이기주의의 동맹"이라고 적은 메모도 발견됐다.

2006년엔 "끝없이 위세를 과시한다. 모든 권위를 흔들고 끝없이 신뢰를 파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놓고 막상 추진하면 흔든 것도 한 둘이 아니다"라며 언론을 겨냥한 메모를 남겼다.

기득권에 대한 아쉬움…경색정국에 대한 답답함


"시간 - 장담하기 어렵다. 내용 - 결단은 상황의 제약을 받는다, 되게 하는 지혜를 모아보자." (2003년 9월 8일 대통령 주재 시도지사회의 중)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다. 참 느리다는 느낌." (2005년 규제개혁 추진 보고회의 중)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맞구나." (2006년 5월 4일 방과후 학교 확산을 위한 교육감·교육장과의 열린 대화 중)


"정부 뭐하냐? 똑똑히 해라." (2006년 위촉장 수여식 및 제4기 국민경제자문회 중)


"강자의 목소리가 특별히 큰 사회. 부동산 정책 - 강남 부동산" (2007년 대학 총장 토론회 및 오찬 중)


"스스로 아쉬움 - 조세, 국민부담, 교육, 부동산, 사회투자, 사회적 자본." (2007년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중)


이들 메모를 통해서는 사학 개혁·사교육 문제와 부동산 해법, 학벌·연고 사회 등에 관한 노 전 대통령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다. '이단아', '주변인'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기득권 세력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엿보인다. 아울러 진전 없는 정국에 대한 답답함과 아쉬움도 드러난다.

"대통령 재임 기간 친필 메모, 특별한 가치 지녀"
중앙일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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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남긴 친필 메모는 일반 연설기록물처럼 완결성을 갖추진 못했지만 특별한 가치를 지녔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대통령 결재 기록물과 달리 주요 국정 현안이나 핵심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고민과 심경이 여과없이 담겼기 때문이다.

전진한 대통령기록관리 전문위원은 "업무보고나 회의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러 가지 메모를 남겼기 때문에 이 메모를 보면 당시에 중요한 정국마다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를 엿볼 수 있어 친필 기록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기록 보관'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은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성공한 정책 기록만 남겨선 안된다. 모든 기록은 남겨야 된다. 선별적으로 이관하고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공적인 기록으로 넘기고 보존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몫이고 그 기록을 통해 정책을 평가하거나 참여정부를 평가하는 것은 후대의 몫'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고 뉴스타파는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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