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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착하게 돈 벌겠다' 대국민 약속한 SK…"사회공헌도 수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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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창출 측정지표 발표…12조원 가치창출

1조 손실까지 공개…최태원 "포장보다 개선방안 고민"

뉴스1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SK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5.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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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SK그룹이 경영활동을 하며 사회 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측정해 공개했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해 발표한 건 국내 기업 중 처음이다. 손실 규모까지 숨김없이 공개하는 자신감도 보였다. 이런 모습이 오히려 기업에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이다.

SK그룹은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6개 주요 관계사가 2018년 한 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각 관계사가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Δ경제간접 기여성과 Δ비즈니스 사회성과 Δ사회공헌 사회성과 등 3개 분야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기업 활동을 통해 국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다. 고용과 배당, 납세 등으로 측정한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제품 개발·생산·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로, 환경·사회·거버넌스 부문으로 평가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다.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과 기부, 구성원 자원봉사로 실적을 평가한다.

이렇게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각사별로 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히거나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적으로 발표된다. 특히 매년 공개된 측정 결과는 관계사별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 50%를 반영한다. 기존에는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지에 대한 '재무성과' 항목이 KPI의 전부를 차지했지만, 이를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많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는 가치를 측정해 수치화한 게 차별점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적가치(SV)위원장은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며 "그냥 잘 했다는 게 아니라 얼마만큼 잘 했는지, 얼마만큼 개선됐는지 측정하면 동기부여가 되고 목표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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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보 SK이노베이션 상무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SK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관련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2019.5.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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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이렇게 측정한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회사별로는 SK하이닉스가 9조5197억원, SK텔레콤이 1조6520억원, SK이노베이션이 1조1610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지난해 창출했다. 총 12조3327억원에 달한다.

눈에 띄는 건 사회적 가치와 관련해 발생한 손실까지 숨김없이 공개한 점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경우 비즈니스 사회성과 부문에서 각각 1조1884억원과 4563억원의 가치 손실이 발생했다. 새로운 평가 기준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로 인해 측정된 자신들의 부족함이 총 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고백한 셈이다.

이런 판단의 배경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과 의지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SK 측에 따르면 이날 발표한 수치는 사전에 최 회장에게도 보고됐다. 그러자 얼마나 가치가 발생했는지 총 수치를 밝히지 말고, 작년과 비교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메인으로 발표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그렇게 주장한 회사가 한두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상실한 총 수치까지 모두 발표하자고 결정했다. 이 위원장은 "(수치를 보고받은) 최 회장은 '첫 출발이니까 앞으로 잘 하려고 노력하고, 현재 상태를 잘했다고 내보이지 말라'고 했다"며 "'이 숫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더 좋아질지에 대해 고민을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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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2018.8.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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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보면 이런 영업 방식은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기업에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이다. 최 회장은 2018년 신년회에서 "세상은 변하고 있고, 소비자와 사회는 우리에게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도 원한다"며 "미래에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게 블루오션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사회적 가치는 '착하게 돈을 버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아무렇게나 돈을 벌기보단 이게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SK그룹에서 사회적 가치는 새로운 사업 전략이자 마케팅 전략으로, 사회적 가치 사업을 많이 하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사회에 확산하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가령 환경을 위해 페트병을 재활용한다면 페트병 제조사뿐만 아니라, 페트병 라벨 생산회사와 음료수 업체, 소비자까지 하나의 '체인(chain)'을 형성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오늘 발표한 가치 측정 결과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앞으로 이것보다 얼마나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얼마나 마이너스를 줄일지 기준이 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조원이 넘는 마이너스 효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많은 개선 목표가 생겼고 달성하겠다는 대(對)사회적 약속"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이날 발표한 가치 측정 체계가 아직은 불완전하다고 보고 국내 공기업과 성과 측정 체계 개발을 협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측정 체계의 신뢰성을 높이고 관리 시스템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후로는 유럽·미국 등 다국적 기업들과 협력해 사회적 가치의 측정 체계를 글로벌 표준화하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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