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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흡연 경고' 그림, 담뱃갑 75%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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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 그림 확대…‘표준담뱃갑’도 도입
지상파처럼 인터넷방송·웹툰도 흡연장면 모자이크 처리 추진
박하향, 캡슐형 담배 등 향이 나는 물질 첨가 금지
전자담배 기기에도 흡연 경고 그림 검토

폐암, 후두암, 치아 변색 등을 넣어 흡연 욕구를 줄이는 담뱃갑 경고 그림이 커진다. 담뱃갑에 들어가는 담배 이름 글자체와 색상, 크기는 브랜드에 관계없이 정해진 규격을 따라야한다.

조선일보

보건복지부는 21일 오후 서울 남산스퀘어빌딩에서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서는 현재 담뱃갑 전체 면적의 30%인 경고 그림을 내년까지 55% 크기로 키운다. 경고 문구 면적은 현재와 동일한 20%로 유지해 경고 그림과 문구가 담뱃갑의 75%를 차지하도록 한다. 광고나 매력적인 디자인 공간을 줄여 담배를 찾는 손길도 줄어들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보고 있다.

2022년부터는 아예 광고를 없애고, 담뱃갑의 색상과 디자인을 규격화한 ‘표준담뱃갑’을 도입한다. 담뱃갑에 들어간 글자체와 크기 등도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담배 브랜드와 이름을 제외하고는 서로 다른 담배를 구별할 방법이 사라지는 것이다. 표준 담뱃갑은 현재 호주,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등 8개국에서 사용 중이다. 이 가운데 호주는 2012년 표준담뱃갑을 도입 후, 1년 만에 흡연율이 2.3% 포인트 떨어지는 효과를 보였다.

향후 1~2년 내 금연광고는 늘리는 반면, 담배 광고와 판촉 행위는 규제한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계산대와 담배 판매대에 담배 광고를 노출하면 이와 동일한 수준으로 금연 광고도 해야 한다. 어린이에게 친숙한 만화나 동물 캐릭터를 활용한 담배 광고도 금지다. 앞으로 담배 광고는 공익·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자율심의위원회가 사전 심의를 가진다. 일반인이 담배 제품 정보를 블로그 등 온라인에 게재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일정 분량의 흡연 장면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시작 부분에 금연 공익광고 또는 건강 경고 문구가 무조건 나오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에서 흡연 장면을 가리는 것(모자이크 처리)처럼 인터넷 방송, 웹툰 등에서도 흡연 장면을 가린다.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매체로 흡연 장면을 접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다.

박하(멘톨)향 담배나 다양한 향을 담은 캡슐형 담배도 사라진다. 2021년부터 담배에 냄새를 넣는 것이 단계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담배에 들어가는 여러 향은 담배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여성과 청소년 흡연을 유도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 담배향 첨가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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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형 전자담배 등 ‘유사 담배’는 앞으로 담배로 분류돼 철저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 잎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을 넣은 것만 담배로 보기 때문에 일부 액상형 담배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담배 뿌리와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합성니코틴을 넣은 제품도 담배로 인정하겠다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식약처, 기재부 등과 협력해 니코틴 함유 제품의 성분 공개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이코스, 글로, 릴, 쥴 등 전자담배 기기(흡연 전용기구)도 광고나 판촉 행위를 금지한다. 또 일반 담배처럼 경고 그림과 문구를 싣는 방안이 추진된다. 전자담배 기기 판매는 곧 전용 담배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고 그림과 문구를 기기에 직접 그려넣을지 여부는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간접 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흡연 공간은 철저하게 분리한다. 공중시설의 실내 흡연실은 단계적 폐쇄를 거쳐 2025년이면 완전 사라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실외 흡연 부스는 흡연 가능 구역 지정으로 바꿔 나간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흡연 구역 1만곳을 정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르면 실외 흡연 부스도 실내로 보고, 실외 흡연 구역 지정을 권고한다.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이 실외 흡연 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자가 금연하도록 지원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소년과 청년이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며 "이번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담배로부터 청소년과 청년을 보호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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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흡연율 추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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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흡연율은 2008년부터 꾸준히 줄고 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7년 기준 38%로 역대 최저치다. 하지만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7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4위로 주요 선진국보다는 높았다. 청소년 흡연율의 경우 꾸준히 줄다가 2016년부터 증가해 지난해 7%까지 올랐다. 여기에 궐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 출시,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한 다양한 광고 및 판촉 행위 등으로 금연 환경이 악화됐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담뱃값 인상과 경고 그림 도입 등으로 흡연율을 낮추는 노력을 해왔지만, 신종담배에 적극 대응하고 청소년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을 근절하기 위해 가격정책을 제외한 비가격정책 중심으로 추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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