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의정부 일가족 사망…생활고 비관 父 범행 후 극단적 선택 가능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전날 오전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 중 남편 시신에서 자해 전 망설인 흔적인 ‘주저흔’이 발견됐다. 딸에게서는 흉기를 막으려 할 때 생기는 ‘방어흔’이 나타났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의정부경찰서는 숨진 일가족 3명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이런 소견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부검 결, 숨진 3명 모두 목 부위의 찔린 상처와 베인 상처 등이 사인으로 판단됐다.

경찰은 남편인 A(50)씨에게서는 주저흔이 발견됐고, 딸인 고교생 B양에게는 손등에서 약한 방어흔이 나왔다고 밝혔다.

아내 C(46)씨의 시신에서는 목 부위 자상 외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주변 진술 등을 바탕으로 생활고를 겪던 남편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사건 해결을 위해 아직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어 주변인과 현장을 대상으로 수사를 보강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가족은 최근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인 A씨는 목제가구 부품을 만들거나 조립하는 목공 작업소를 홀로 7년간 운영했다.

최근 수금에 어려움을 겪으며 억대 빚이 생기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부채 이자만 매월 수백만원에 달해 살고 있던 집의 처분을 고민할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막내 아들 중학생 D군을 뺀 가족 3명은 사고 전날 저녁부터 한 방에 모여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졌다.

자신의 방에 있던 D군은 잠들었다가 오후 11시쯤 일어나 사건 당일 오전 4시까지 학교 과제를 했다고 진술했다.

잠들기 직전 아버지 A씨가 방에 찾아와 “늦게까지 과제를 하느라 힘들겠다”고 격려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평소 부모가 깨우면 일어나는 습관이 있던 D군은 20일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고 진술했다.

아무도 자신을 깨우지 않는 것이 이상해 집안을 살피던 D군은 누나의 방에서 참상을 목격했다.

할머니에게 먼저 전화한 D군은 이어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D군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주변인들을 상대로 이 가족의 부채 규모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원한이 없이 가족과 극단적 선택을 할 때 흉기를 이용하는 일은 이례적”이라며 “이런 잔혹한 방법을 사용할 정도의 동기가 있었는지 경제적 부분을 비롯한 가족의 상황 전반을 조사해 사건의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