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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글로벌pick] OPEC "감산 지속"‥더 불안해진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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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 "OPEC+ 올 하반기도 감산 기조 유지할 듯"

트럼프는 증산 요구…사우디·러시아 결정에 관심

중동 불안 키운 트럼프…유가 급등시 재선 악재

이데일리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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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 이른바 OPEC 플러스(+)가 감산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증산 요구를 또다시 무시하는 셈이다.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 20달러 가량 상승하는 등 감산 효과를 톡톡히 봤던 만큼, 산유국들은 감산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OPEC+ 올 하반기도 감산 기조 유지할 듯

20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산유국 장관급 모니터링 위원회(JMMC) 회의에서 주요 산유국들은 감산을 계속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OPEC 맹주 격인 사우디의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부 장관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회의 참여 국가들이 만장일치로 수급 안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OPEC+는 다음달 25~26일 오스트리아 빈 회의에서 올해 하반기 원유 생산량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증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알팔리 장관은 “원유 재고를 조심스럽게 감소해야 한다는 게 산유국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산유국들은 이날 발표된 공동 성명에서도 미중 무역전쟁,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원유 시장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섣부르게 증산했다가는 예전처럼 유가 폭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회의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CNBC는 “산유국들은 감산 정책을 유지하면 국제유가는 6개월래 최고 수준인 배럴당 63달러 부근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증산 요구…사우디·러시아 결정에 관심

경제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OPEC 회원국인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길을 막고, 산유국들에게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유가가 너무 높다”고 수차례 밝혔다. 지난달 말 이란산 원유수출 봉쇄를 발표하면서도 “사우디를 비롯한 OPEC이 이란산 원유 공백을 채우고도 남을 것”이라며 사실상 증산을 촉구했다.

자연스레 사우디의 입장에 눈길이 쏠린다. 사우디가 감산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미국과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만, 말 그대로 이해관계에 기반한 전략적 관계일 뿐이다. 또 원유 생산량 결정은 자국 경제와 직결되는 것이어서 미국의 요구만으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알팔리 장관은 이날 세계 원유 재고가 증가하고 있어 유가 폭락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 편에는 분쟁과 제재로 인한 공급 중단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현재 글로벌 원유 공급은 풍족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알팔리 장관은 다만 미국의 대이란 제재 이후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원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도 했다. 추후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비OPEC 산유국을 대표하는 러시아의 동참 여부도 주목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감산 연기 결정 당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바 있다. 러시아는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위해 증산을 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회의 후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와 관련,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상품 애널리스트는 “산유국들이 미중 무역협상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관련 데이터를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기 위해 6월 회의를 7월로 늦출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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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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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불안 키운 트럼프…유가 급등시 재선 악재

CNBC는 최근 유가시장 불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시킨 미중 무역전쟁, 이란과의 갈등이 석유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산유국들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산유국들이 중동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트럼프 행정부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란과 인접하고 있는 사우디나 UAE는 최근 사우디 유조선 및 원유시설 공격 직후 이란을 직접 배후로 거론하지 않았다. 앞마당인 이라크에서 미국이 개입한 전쟁을 지켜봤던 만큼 신중함이 엿보인다.

이에 일각에선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라시아그룹은 이날 “단 한 번의 오판이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가가 급등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에게 휘발유 가격은 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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