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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유산·암투병 아내 목조르고 불륜 저지른 남편 "애도 못낳는 게 암이나 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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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두 번의 유산 끝에 유방암에 걸려 이달 중순 3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한 여성의 남편이 아내에게 “뚱뚱해서 암 걸렸다”라며 언어폭력과 더불어 신체 폭행을 수차례에 걸쳐 가한 한 남편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공개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아내의 가족 등이 생전 아내에게 욕설과 언어 폭력을 가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과 카카오톡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서 남편은 입에 아내에 대한 담지 못할 폭언과 더불어 아내의 가족과 그가 임신 했던 아이 마저도 모욕하는 언행을 지속적으로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정폭력과 암투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세상을 떠난 우리언니 이혼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36살의 언니가 젊은 나이에 2년간의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라며 “언니는 2015년 12월경 결혼 후 두 번의 임신과 두번의 유산, 그리고 두 번째 유산 직후에 유방암을 얻었으며 1년 간의 수술, 항암, 방사 치료 끝에 폐암 전이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청원인은 “폐암전이 판정을 받은 몇일 뒤 언니의 남편과 시댁은 이혼을 요구하였고 합의이혼을 하기로 하였지만 갑작스런 남편의 변심으로 이혼을 하지 못하였다”라며 “그 후 친정에서 부모,형제에게 간병과 부양을 받으며 치료와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언니가 숨지기 얼마 전 결혼생활 2년 간의 생활을 고백했는데, 언니의 남편(청원인의 형부)가 결혼 전 비타민이라고 밝힌 복용 약은 간약 및 당뇨약이었고 빚이 3000만원 있었으며 언어 폭력과 더불어 헤어가전제품의 전기선으로 언니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임신 당시 배에 발길질을 하고 욕설도 서슴치 않았다.

이 남편은 언니를 폭행하면서 뱃 속의 아이가 다른 사람의 아이라고 추궁하면서 아이를 살해 모의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남편은 같은 해 12월 청원인의 언니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에도 차량 동호회에서 만난 여성과 불륜관계를 맺었고 결국 언니가 이혼 소송 및 가정폭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자 행동이 돌변하면서 이혼 소송에 따라주지 않았다. 청원인의 언니는 폐암 전이가 된 상황에서 이달 중순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청원인은 이어서도 이 남편은 청원인의 언니가 세상을 떠나자 이혼을 거부하면서 유족연금부터 알아보았고,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언니의 유족연금까지 챙기려 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 글의 말미에서 “제발 도와달라. 직접 칼을 들고 살인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이 언니를 죽인거나 마찬가지라 생각한다”라며 “저 떠난 우리언니와 남겨진 우리 가족들을 그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어서도 “언니가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지만 죽어서라도 언니가 한을 풀 수 있게 해달라”라며 “살인자와 다름없는 그 사람들은 제발 처벌해주셨으면 한다”고 다시 한 번 강하게 읍소했다.

세계일보

이 글이 올라온 날 같은 날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홈페이지에는 ‘가정폭력과 암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난 저희누나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국민청원에서 올린 글과 동일한 내용의 글을 이 게시글에 올렸고 국민청원과 달리 사진과 카카오톡 캡처 본을 공개했다. 공개한 사진에서 숨진 청원인의 언니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사진과, 깨진 안경 및 둔기 등으로 보이는 공구가 포함됐다. 이 사진들에 대해 글쓴이는 남편이 고인이 된 언니의 옷과 결혼 액자 등을 훼손하겠다며 가위나 칼 등의 사진을 찍어 언니를 지속적으로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글쓴이가 공개한 남편과 청원인의 언니가 나눈 카카오톡 모바일 메신저 대화에서 남편은 “방에서 쳐나오지 말아라. 알겠냐 OOO아”, “퇴근할 때 너 집에 있음 너거 부모를 쳐 부를테니, 니 면상 보면 역겹다. 제발꺼져라”, “그때 목을 조르는게 아니라 뺨을 쳐 때릴걸 그랬어OO”, “니가 OO애지중지하는 조카, 반 죽여놨어야 했어. 그 자리에서”, “퇴근했는데 집에 있으면 내가 배를 밟아서라도 애를 지워줄테니” 등의 폭언을 이어나갔다. 이에 아내는 “어”, “그래라”, “니 성격 어디가냐”, “나는 무섭지 않다. 임신한 여자 머리를 때리고 물건 던지고 욕하는 그런 인간이다” 등의 대꾸를 묵묵히 이어나가며 익숙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지난 20일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암투병 중 세상을 떠난 저의 누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사망한 여성의 남동생으로 추정 되는 글쓴이는 누나가 유방암이 폐로 전이 된 후 친정에서 생활 했으며 이후 누나 남편이 카톡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나의 시아버지와 친정 엄마가 누나의 사망 전 나눈 대화에서 합의 이혼을 친정 엄마 측에서 요구했으나 시아버지 측이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누나가 사망한 날 친정 엄마와 큰 누나(국민청원 글을 쓴 것으로 추정 되는 여성)이 시아버지에게 전화 했으나 이들은 전화를 꺼놓고 모르쇠로 일관 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남동생은 ”누나에게도 남편과의 좋은 기억이 분명 있다”라며 ”하지만 좋은기억 1프로를 줬다면 99프로는 끔찍한 악몽이였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나가 그 사람들과 남이 될 수 있게 도와달라”라며 ”다시는 다른이에게도 또 이런일이 생기지 않게 도와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이 글에는 9분여에 달하는 녹취록이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선 사망한 여성의 남편은 ”애 못 낳고 암 걸린 게 자랑이다 OOO아. 운동하고 살 좀 빼지”라며 ”O까라 OOO아. 돼지 같은 O이랑 결혼한 내가 미친놈이지. 애 못 낳는 OO같은 O”이라며 폭언하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이에 아내로 추정되는 여성이 녹취록 말미에서 결국 “네 애잖아! 너 때문에 두 번이나 유산했잖아”라며 ”그래서 병이 왔잖아. 내가 오죽했으면 죽고 싶었겠나. 넌 내 고통도 모르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마라”며 악에 받친 듯 받아쳤다.

한편, 해당 청원은 개시된 지 6일만인 21일 오후 6시 기준 6만413명의 동의를 얻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보배드림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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